지난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직속의 새시대위원회(위원장 김한길)에서 ‘페미대장부’로 이름 높은 신지예 씨를 기습 영입했다. 신 씨는 온라인상에서 넷페미니스트가 기승을 부리던 2018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기치로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인사이다. 이후에도 개인 SNS와 각종 방송에서 성갈등을 부추기며 본인의 살자리·설자리를 넓혀왔다. 이전 경력은 민노당에 입당했었고, 좌파진영의 시민사회운동을 했던 것이 전부이다. 논란이 될 것이 뻔한 이 영입 인사 건에 대해 총괄선대위원장인 김종인 위원장도,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이준석 당대표도 몰랐다고 한다. 심지어 윤 후보는 신지예가 어떤 결의 사람인지 제대로된 보고를 받지 못한 것 같다.

우선 당원들의 반발이 컸다. 선대위가 각기 다른 계파가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화합하는 ‘비빔밥’이 아닌, 철학과 신념이 상반된 사람들이 득세를 위해 모여든 ‘잡탕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문재인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비판한 김여정도 영입하겠네?”하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청년당원들의 ‘탈당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2030 청년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반응 역시 연일 격양된 상태이다. “이수정 교수에 이어 래디컬 페미니스트 신지예라니, 차라리 이재명을 찍어서 국민의힘을 망하게 하겠다.”, “20대 남성들은 국민의힘에서 버려진 존재다.” 라는 반응이 주다. 여대 익명게시판도 다르지 않았다. “신지예 영입과 20대 여성 표심이 무슨상관?”이라며 극단적인 주장을 해온 페미니스트 신지예 씨의 행보에 대한 냉소를 드러냈다. 

전통적으로 페미니스트 정당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주의 하나가 아니다. 환경, 청년, 소수자의 인권 보장 등 우리 사회의 소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다. 그렇기에 각기 다른 기치를 내세웠더라도 이들 군소정당이 자주 연합하며 독일식 다수당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신 씨가 많이 지친 상태라고 본다. 사실상의 양당제 구도인 한국에서 그녀가 몸담고 있던 녹색당으로서는 집권해 주류 세력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거대정당으로 들어가 뜻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그녀가 녹색당을 탈당하는 과정은 민주당의 비례대표 선출용 위성 정당인 열린민주당에 합류하고자 했을 때 비례대표 순번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차라리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역하지나 않았을 텐데, 그녀는 “내 목소리를 지우지 않을 것”이라고 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당론인 탈원전 중단 및 원전 강화, 귀족강성노조 타파, 퀴어축제 반대, 재개발·재건축 전면허용 등 신 씨가 비판해 온 모든 가치들에 대해는 어떤 입장을 보일것인가? 신 씨는 23일 “윤 후보가 99%가 달라도 1%가 같으면 함께 할수 있다고 했다. 내게 그 1%는 여성정책이다.”라고 한 번 더 국민의힘 선대위 조직에 눌러앉을 의사를 밝혔다. 틀렸다. 국민의힘의 여성 정책 기조와 신 씨가 그간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을 정책화한 그것은 설계에 투과된 세계관부터가 다르다. 신 씨는 4급 이상 개방형 직위부터 50% 이상 여성 채용, 동성결혼 합법화, 결과적 평등주의 지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신 씨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쓰이고 버려져도 좋다”며 갸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신 씨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쓸수 없는 카드다. 그러니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신 씨 스스로 선대위에서 나가는 것이 맞는다. 국민의힘이 지난 4년간 반성과 쇄신을 거듭하며 상식 있는 청년들의 지지를 이제 겨우 받기 시작했는데, 청년들은 신 씨의 합류로 인해 ‘왜 국민의힘을 굳이 뽑아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회의에 사로잡혀 있다. 나가지 않을 거라면 전향 선언이라도 하라. 그것이 신 씨가 몸담고 있던 민주 진영에 대한 예의이자,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하루하루 속타는 심정으로 지새우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이다.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