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의 산증인' 권인숙, 어떻게 이재명 아들 감쌀 수 있나?
K-페미, 같은 여성이라도 정치적 입지에 따라 잣대 달라지는 취사선택형
누구보다 성인지 감수성 강조하며 입법까지 한 권인숙, 이재명 형수 욕설 어떻게 생각하나?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권인숙 의원의 취사선택적 여성관

“안타깝지만 평범하다”라는 놀라운 말장난의 주인공은 여성운동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평생을 여성인권운동에 투신했다는 훈장을 가슴에 달고 살았으나, 그 역시 586학생운동권 출신의 민낯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안타깝지만 평범하다”는 권 의원의 발언은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의 장남 이 모씨(29)가 일으킨 사건에 대한 논평이다. 이 후보의 아들은 불법도박 및 성매매 의혹을 일으키자 자신이 회원으로 있었던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남긴 다수의 여성혐오적인 글이 문제가 되었다.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 씨는 상습적. 반복적 불법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이 후보는 아들의 불법도박 행위를 인정하였다. 이뿐 아니라 불법도박에 그치지 않고 포커 사이트에 도박으로 딴 돈으로 성매매를 암시하는 음담패설의 글과 댓글을 수차례 올렸다. 이 씨는 마사지 업소 방문 후기를 남기며 욕설과 난잡한 표현으로 여성을 비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포커 사이트를 탈퇴하면서 게시 글을 삭제하지 않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하여 “그런 발언들은 저희가 너무 많이 경험을 해서 굉장히 안타깝지만 평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권 의원은 자신의 과거 판단을 끌어와, 이율배반적인 언설로 논점을 흐렸다. 이 후보의 아들의 행위에 비추어 보건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안타깝지만 평범하다는 뜻인가? 해괴한 말장난은 차치하고 이것이 집권당 국회의원 이전에 여성인권운동에 몸 바쳤다는 여성운동가의 입에서 나올 법한 발언인가.

권 의원은 이 후보의 경선 캠프나, 대선 캠프에서 맡은 역할은 젠더감수성, 성평등 전문가로 특히 2030세대에서 주목받는 존재다. 경선 캠프 당시는 공동상황실장이라는 중임을 맡았고, 현재는 대선 선대위 성평등자문단 공동단장을 수행 중이다. 민주당 선대위에 김상희, 남인순, 진선미, 정춘숙, 문정복 의원 등이 중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김상희, 남인순, 진선미 의원 등은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여비서를 가리켜 ‘피해호소인’이라는 망언을 했던지라 단단히 망신살이 뻗혔다. 근래 이들의 미디어 등장이 뜸하자 권 의원의 잦은 미디어 출연과 그에 따른 발언 횟수는 어느 여성 의원보다 활발하다.

반면에 권 의원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쥴리설을 둘러싼 도가 지나친 여성혐오적인 행태에는 침묵하면서도 김 씨의 결혼 전 이력에 대해서는 민주당 어느 여성의원들보다 앞장서서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도 TBS 시사프로에 출연해 김 씨를 가리켜 “공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자리에서 여성이니까 검증을 약하게 한다고 하면 오히려 모욕적인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여성이라도 권 의원의 잣대는 동일하지 않고 이처럼 정치적 입지에 따라 취사선택형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성인지교육’ 법안 발의한 권인숙 의원

권 의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더불어시민당은 창당한지 60일 만에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며 소멸했다. 권 의원의 여러 프로필 중 중요한 부분이 성폭력전문가라는 타이틀이다. 그가 이 길을 걷게 된 결정적 이유는 익히 알려져 있다. 1986년 학생운동이 절정에 치닫던 시기 대학생 신분이었지만 위장 취업하여 노동현장에서 일을 하였다. 그러다 경기 부천경찰서에서 발생한 일명 성고문 사건의 당사자였다.

권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이 성폭력 문제와 성평등 연구 전문가로서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부터다. 당시 문 후보로부터 여성학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은바 있다. 2017년 10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양성평등’보다 ‘성평등’을 내세웠다. 우리는 흔히 이 둘을 혼동하는데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엄밀히 다른 개념이다. 양성평등은 생물학적 남녀 양성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반면 성평등은 사회적인 성, 즉 다양한 성 정체성인 LGBTQ+를 포괄한다. 권 의원은 양성평등이 아닌 다양한 성 정체성을 포함하는 성평등 개념을 사회전반에 확산시키는 담론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권 의원은 지난 3월 25일 성평등 관련 교육을 모두 포괄하는 성인지교육(젠더교육)인 <성인지교육지원법안>을 발의하였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이 법안은 모든 국민은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성인지교육 시책에 적극 참여. 협력하여야 한다는 법안이다. 권인숙 법안으로 알려진 <성인지교육지원법안>의 문제점은 국가 차원의 젠더리즘 교육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성인지 교육은 초중고와 대학교 그리고 공기관 임직원은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권 의원 법안이다.

권 의원의 해당 법안 보도 자료에도 나와 있듯 성인지 교육을 위해 여성가족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한다. 여가부 주도로 성인지교육 전문 인력 양성 및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가족부 장관 소속 <성인지교육위원회> 설치와 함께 성인지 교육 상태를 점검. 교육이 부실한 기관과 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리자 특별교육 조치를 한다. 또한 해당 법안 발의 취지에서 밝혔듯 성폭력 방지, 성매매 방지, 가정폭력방지에 관한 내용과 개념을 ‘성인지 감수성’ 정립으로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교육하겠다고 하였다. 권 의원 법안은 무시무시한 점은 성인지 교육을 국가가 전체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실시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우리 편은 괜찮아” 정치권력 진영 논리에 따른 선택이 성폭력전문가인가

그런데 권 의원에게 의아한 점이 있다. 누구보다 성인지 감수성을 이토록 강조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악명 높은 형수 욕설 사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제는 전 국민이 다 알게 된 녹음파일에 담긴 이 후보의 형수에 대한 욕설 수위는 말문이 닫힐 지경으로 상스러운 수준이지만 권 의원은 언급이 없다. 물론 민주당의 여성운동가 출신 의원들도 매한가지다. 또 문제가 된 이 후보 아들의 성매매 의혹과 함께 불거진 관련 업소 여성들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비하 발언은 권 의원이 여태껏 주장했던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이 없다는 것인가?

좌파 여성계는 이른바 여성인권 3법으로 부르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다. 그중 성매매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은 어느 국가보다 엄격하다. 또한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처벌 특례법에는 “성매매 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성계가 관철시킨 성매매 여성의 피해자 규정에 근거하면 성매매 여성은 명백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의 아들 이 씨가 포커 사이트에 남긴 성매매 의혹과 종사자인 여성에 대한 비하는 괜찮다는 것인가. 권 의원의 말대로 “안타깝지만 평범하기도 하다”는 말로 넘겨버리는 모순되고 이중적인 행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무엇보다 권 의원은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였던 전력이 있음에도 586 민주당 남성 정치인들의 여성관, 남인순. 김상희 등 동류의 여성 의원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후에 언급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성매매 부분 합법화’에 찬성한다. 물론 대부분 국가들이 성매매를 불법행위로 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유럽 일부 국가들은 성매매 일정 구역을 허용하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그리고 호주가 대표적인 부분적 합법화로 특정 지역에서 경찰이 엄격한 관리를 하며 성매매 여성들의 안전보장을 하고 있다. 함부르크의 에로스 센터, 암스테르담 섹스하우스 등이 있으며 미국은 개인적인 성매매 행위는 허가한다. 성매매 전면 불법화는 갖가지 편법으로 음성화를 부추겨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할 수 없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문 정부 임기동안 주요 지지층인 좌파 여성계와 정치권에 진입한 여성인권운동가들은 스스로 민낯을 드러났다. 586남성 운동권과 쌍생아 집단으로 문 정부 메인 스트림을 이루고 있는 586여성운동권의 위선적인 이중성, 내로남불 행태, 취사선택적인 원칙과 정의도 동시에 바닥을 보였다. 어쩌면 민주당 여성의원 중 마지막 한 명 남은 여성 정치인이 권 의원일 것이다. 하지만 권 의원 역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하면서 586운동권 세대는 종막을 향해 가고 있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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