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칼럼] 역사에 눈을 감는 바보들
[김석우 칼럼] 역사에 눈을 감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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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유라시아대륙의 맨 끝에 위치한 한반도, 그 근대사는 매우 기구하였다. 주변 강국의 횡포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의 조공체제 압박과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의 제물이 되었다.

마젤란 함대가 1522년 세계 일주 대항해에 성공한 이후 동쪽 끝 변방이던 일본이 먼저 서양문명을 받아들였다. 그에 비하면 조선은 눈과 귀를 닫은 어린애와 같았다. 중국을 통한 육상 실크로드는 오스만 제국에 의하여 차단되었다. 항공기 등장 이전이라서 서양문명은 바다를 통해서만 도달하였다. 서양 함선 선장의 눈에 한반도는 보이지 않았다. 조선은 문명 중심에서 가장 먼 구석에서 옴치고 뛸 수가 없었다. 지정학적 저주다.

민족의 기상은 어떠했나? 요동과 만주벌에서 수(隨)·당(唐)과 쟁패하던 기마민족의 DNA를 잊은 지 오래였다. 바깥세상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1592년 임진왜란, 1636년 병자호란과 청나라의 갑질, 20세기 초 일본의 식민 통치로 시달려왔던 원인이다. 1653년 제주도에 표착한 하멜 일행의 눈에는 은자의 왕국(Hermit Kingdom)으로 비쳤다. 칭찬이 아니다. 미개한 나라였다. 마치 오늘의 김정은 왕국처럼.

국권을 잃기 전 조선 권력자들의 대응도 가관이었다. 지식인 양반들은 주자의 성리학으로 외세를 막겠다고 고집했다. 황제를 칭하던 고종은 나라를 일본에 넘기는 대가로 자신의 내탕금을 올리는 데 집착하지 않았던가? 선진 헌법을 만든다고 하고선 민권은 외면한 채 왕권 강화 조항으로 채웠다. 중심 잃은 왕조는 주변 강국의 야욕에 휘둘리면서 ‘영세중립’과 같은 허황한 꿈에 매달리려 했다. 냉엄한 국제정세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기울어가는 왕조의 관리들은 가렴주구에 빠져 나라의 기둥과 들보가 무너지는 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왕조가 무너진 후 백성은 뿔뿔이 흩어져 온갖 역경을 다 겪었다. 조국을 찾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안중근, 윤봉길을 비롯해 이국땅에서 풍잔 노숙하며 독립운동에 목숨 바친 자 그 얼마이던가? 일반 백성의 고난도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다. 위대한 민족정신을 보였다고 자부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니었던가? 미리미리 세상 정세를 읽고 자신의 역량을 계산해서 힘을 모아 대응했다면 그런 고초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두고두고 반성할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결과 우리는 해방과 독립을 찾았다. 남북이 분단되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은 국가건설에 성공했다.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출중한 전략가의 혜안과 지도력 덕분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였다. 기업인과 근로자, 학생, 주부를 비롯한 온 국민이 피와 땀을 쏟은 결과다.

근년에는 전 지구적 과학기술·교통통신의 발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선업,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제조업의 강국이 되었다. 삼성, 현대, LG, SK가 미국 땅에 44조 원을 투자하여 바이든 대통령의 환영을 받고 있다. 과거 국제조류에서 밀려났던 지정학적 저주를 극복한 것이다.

게다가 겁 없는 젊은 신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의 식민 통치를 경험하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는 신인류다. 한류를 세계에 펼치는 용사들이다.

삼성, 현대가 40대 CEO를 배치하고 있다. 그들이 주역이 될 때 한국은 더욱 떨쳐 일어날 것이다. 그들이 제약 없는 꿈을 펼쳐 나아가야 한다.

그런 미래의 청사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역사에 역행하여 뒷걸음치려는 바보들 때문이다. 1989년 동유럽 공산권 붕괴의 교훈을 잊고 있다. 70여 년 공산주의의 실패한 역사에 눈을 감고 있다. 문재인 정권 5년간 한국 사회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종북 주사파가 주요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 행정부서는 그 밑에서 전문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김정은과 김여정의 호령에 쩔쩔매고, 그 배후의 베이징 정부에 무안당하면서도 비위를 맞추려 한다. 심지어 중화 조공체제 복원에 맞장구치려 한다.

조선이 망하기 전 쇄국을 주장하던 지배층의 고집과 무엇이 다른가? 세상의 순리에 눈감는다. 공짜 세례로 근로 의욕을 죽이고 있다. 큰 정부가 만능이라는 착각으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국가의 곳간을 털어내고 다음 세대에게 빚더미를 떠넘기고 있다. 정권은 통계를 조작하고, 민노총은 사회 질서를 흔들고 있다. 언론은 선전·선동에 몰두하고, 공권력은 편파 집행으로 법치주의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정치인은 거짓말을 떡 먹듯이 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마치 집단자살하려고 눈감고 질주하는 것 같다.

가장 심각한 뒷걸음질은 자유와 인권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민주주의 투사라는 사람들이 그들만을 위한 악법을 만들고 억지를 쓴다.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에는 외면하고 북한 정권의 눈치만 본다. 지난 12월 17일 유엔총회에서 17년째 북한인권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긴 하였으나, 본래 EU국들과 미국, 일본 등이 공동으로 제안하는데 한국 정부는 동참하지 않았다. 3년 연속이다. 2016년 어렵게 제정한 북한인권법은 사문화시키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의 출범과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고, 그에 따라 탈북인사 박상학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이게 정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나라의 인권 의식인가?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 노동당 정찰총국에서 대남정책을 다루다가 탈북한 김국성 대좌는 펜앤마이크와의 12월 16일 특별인터뷰에서 밝혔다. “남한에는 간첩과 정보원이 우글우글거린다. 지금의 대북정책은 곤란하다. 자유를 잃으면 전부를 잃게 된다. 자유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북의 2,500만 동포가 자유와 인권을 잃고 로봇처럼 살게 놔서는 안 된다.”

문 정권은 12월 24일 연말 특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에 내걸고, 북한이 원하는 주사파조직 경기동부연합 이석기의 가석방을 단행했다. 개전의 정을 보인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에 보내는 남북대화 재개 신호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모두 민족적 대각성으로 시대를 바로 읽자. 북한의 독재자와 한국의 동조자들이 역사에 역행하도록 방관하지 말자. 70년 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민족의 번영을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날려야 하겠는가?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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