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대상으로 일제 점검 후 지난 12월 교가·교훈 속 ‘아들·딸’을 ‘우리들로’ 수정하라고 권고

신년사 발표하는 민병희 강원교육감(연합뉴스)
신년사 발표하는 민병희 강원교육감(연합뉴스)

강원도 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이 각 학교의 교가와 교훈에 포함된 ‘아들, 딸’이 ‘성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며 수정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석사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4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도 교육청이 교가의 2절 가사에 ‘성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는 전문가의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교가의 가사 수정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이 수정을 권고한 부분은 교가의 2절 ‘호반의 춘천동녘 햇빛도 찬란/ 공지천 맑은 정기 거울 삼아서/ 착하고 아름답게 진리 닦으며/ 자라는 아들, 딸 씩씩하여라’ 가운데 ‘아들, 딸’이라는 표현이다.

교육청은 지난 12월 이 학교에 “아들, 딸의 사회적 지위는 가정 내에 위치되어 있으며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는 아들과 딸 사이의 다름이 차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들, 딸이라고 호칭되는 순간 아들 또는 딸의 역할로 각각 제한되는 이미지화가 됨. 가정을 벗어나 학교라는 공동체적 의미에서 사회적 지위를 동등하게 누리는 ‘우리들’로 개정을 권장함”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학교는 도 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교가의 ‘아들, 딸’이라는 표현이 ‘성차별적’인지에 대해 전교 어린이회 자치회에서 물었고, 어린이들은 교가 수정에 찬성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가를 수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도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와서 할 수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교내 규칙에 따라 1차적으로 거쳐야 전교 어린이회 자치회에서 어린이들이 찬성하는 바람에 학부모와 교직원들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재 이 학교는 교가 수정과 관련해 학부모들과 교직원들의 의견을 설문조사하고 있다. 찬성이 80% 이상 되면 교가는 수정된다.

앞서 강원도 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과는 지난해 7월 20일 각 학교별 교가와 교훈 속 ‘성차별적 요소’를 찾아보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우리학교 교가·교훈 돌아보기’ 추진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관내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교가와 교훈 전문(全文)을 수집했다. 이른바 ‘성별영향평가 및 관련 전문가’로 TF를 구성해 ‘성차별적’ 요소 점검 기준을 세웠다. 당시 김흥식 민주시민교육과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교가, 교훈 속 성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요소를 찾아보고 학교 구성원들이 자율적인 과정을 거쳐 개선함으로써 일상 속 성평등 마음가짐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건사연) 한효관 대표는 “강원도 교육청의 ‘성차별적’ 교가·교훈 수정 권고는 좌파 교육감이 정치적올바름(PC) 정책의 일환인 캔슬문화(cancel culture, 취소문화)를 시도한 사례”라며 “이들은 겉으로 인권과 차별금지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권력유지를 위해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을 혐오와 차별주의자로 낙인찍어 침묵을 강요하고 탄압을 일삼는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아들, 딸’이 성차별 단어이기에 ‘우리’로 바꾸라는 것은 사회를 개혁한다는 명분 아래 남녀 성 구분에 대한 전통적이고 윤리적인 가치관을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도는 역차별을 조장하며 이른바 ‘젠더 갈등’을 유발해 사회를 갈라치기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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