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서 한국 및 미국 언급하지 않은 것은 대화의지 없기 때문”

김정은은 지난달 27∼31일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이끌며 농촌문제를 비롯한 먹고 사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회의 도중 인상을 찌푸린 채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참석자들을 질타하는 듯한 모습(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달 27∼31일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이끌며 농촌문제를 비롯한 먹고 사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회의 도중 인상을 찌푸린 채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참석자들을 질타하는 듯한 모습(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3년 연속 신년사를 생략한 것은 김정은의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원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대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이 3년 연속 신년사를 생략한 것은 “상세한 내용을 밝히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정권은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며 “북한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수김 랜드연구소 분석관은 VOA에 김정은이 또다시 신년사를 생략한 것은 침울한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분석관은 “연말에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미국이나 한국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북한이 현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크게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에 “북한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며 김정은은 적어도 1년은 더 지금처럼 폐쇄된 상태에서 버텨야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브래들리 전 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과 무역, 그리고 경제 상황은 부분적으로 제재 때문이며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국경을 닫았기 때문”이라며 “내년에 약간의 변화가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VOA에 전원회의 이후 발표된 내용에서 두드러진 점은 농업 지역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은 지난해에는 평양의 엘리트 계층에 중점을 뒀다”며 “이번에는 변방의 농업지역, 특히 농부들에게 새롭게 중점을 뒀다”고 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은 이제 평범한 주민들에게 집중해 독려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정책에서도 뚜렷한 경제 개혁의 의지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VOA에 김정은이 경제적 발전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지만 지금은 ‘자력갱생’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북한이 미국과 돌파구를 만들 때까지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라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VOA에 북한정권이 전원회의에서 대외 전략보다 국내 사안에 초점을 맞춘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현 상태에서 핵 협상을 시작할 경우 미국과 한국이 모두 북한이 위기의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상태에서 협상에 들어간다는 점을 북한의 고민으로 꼽았다. 이는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탄도미사일과 핵실험을 완료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이번 전당대회 결정서에서 핵무기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군사력을 강화하고 현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며 “이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어도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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