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이 격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단일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를 위해서 안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안철수 대안론’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안철수 대안론’이 급부상하는 현상은 4가지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① 윤석열에 대한 보수 표심의 실망감과 피로감 커지고...‘반사이익’ 누리는 안철수 급상승세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층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 여론을 점화시키고 있다. 현재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안 후보가 적합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선대위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선대위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다면 누가 더 적합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1%는 안 후보를, 30.6%는 윤 후보를 선택했다.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세부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찬성하는 답변자 중에서는 윤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자가 55.9%로, 안 후보(35.9%)보다는 많았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답변자 중에서도 윤 후보를 꼽은 응답자가 48.7%에 달해 안 후보(33.7%)를 앞섰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대다수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후보 단일화 목소리가 높아가는 현실이다.

② 2030 표심 경쟁에서 안철수가 윤석열 누르는 ‘골든크로스’ 발생

윤석열을 지지했던 보수 야권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고 돌아섰다. 윤 후보에 대한 실망감과 국민의힘 내홍에 ‘윤석열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0대와 30대 지지율 경쟁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시작됐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18~39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에 대한 2030의 지지도는 처참할 정도이다. 이 후보는 33.4%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안 후보는 19.1%로, 18.4%를 얻은 윤 후보를 0.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인물'로 2030세대의 48.8%가 윤 후보를 골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윤 후보 다음으로는 이 후보가 36.2%를 얻었다. 두 후보의 응답비율 합계는 85%에 달한다. 안 후보는 2.8%에 그쳤다. 2030의 지지도 우상향 가능성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후보 가운데서 '공정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로는 이 후보가 24.8%였고, 안 후보가 22.2%로 2위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14.9%로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보이며 3위에 올랐다. 평소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던 윤 후보로서는 심각한 위기이다(표본오차는 모두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보수 야권 지지자들이 이재명 후보 지지로 갑자기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로 이 지점에 대해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후보의 부상이 야권의 입장에서 최악은 아니다”면서 “안 후보는 (야권 표가) 이재명 후보에게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야권 입장에서 안 후보의 부상이 반길 건 아니지만, 최악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야권 지지자들 중에서는 윤 후보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차라리 안철수를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윤 후보가 보여주는 위기관리 능력이나 잦은 말실수, 그리고 이재명 후보와 토론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실망했다는 여론이 높다. 윤 후보의 능력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로 인한 리스크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세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양보해준 안 후보에 대해 ‘이번에는 마음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오세훈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유세까지 동행했던 안 후보의 정권교체 열망과 진정성에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 달라진 안철수, 이번에는 절대 철수하지 않는다

안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도 변수이다.

지난 4일 금천구 대성디폴리스지식산업센터에서 개최된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초청 특강 <미중 신냉전 하의 대한민국 생존전략>이 끝난 후, ‘단일화 의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후보는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다”며 “저만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재차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높게 나왔다”며 단일화 의지를 질문했다. 이에 안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면서 “정말로 중요한 어젠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과 미래에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미래 담론을 가지고 국민들께 계속 말씀드리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안 후보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가 당내 내홍으로 일정을 접고 주춤하는 사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행보와 함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에 머물던 지지율이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두 자릿수로 뛰어올랐다. 다른 후보들이 도덕성 시비와 과거 문제로 박스권 지지율에 머무르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도덕성에서 결격 사유가 없다는 점에 더해, ‘과거를 이야기하는 후보와 달리,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지지율 상승을 이끄는 근본 원인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유튜브 채널 ‘안철수 소통 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유튜브 채널 ‘안철수 소통 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진=안철수 소통 라이브 캡처]

달라진 안 후보의 모습은 유튜브 방송 ‘안철수의 소통 라이브’에서도 확인된다. 토론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안 후보의 단점이 많이 개선됐다는 평을 듣는다. 사실 안 후보는 토론에 약한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약하다’는 것이 국민의당 내부의 평가이다. 유튜브 방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카메라와의 친밀도가 개선돼가는 점도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④ 일본 언론도 ‘안철수 부상’ 보도하기 시작해

해외 언론이 ‘안철수 부상’ 현상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한국대선 판세의 변화가 객관적인 관찰자들에 의해서 인식되고 있음을 뜻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는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한국의 대선에 대한 일본의 보도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사건과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경력 사칭 의혹을 굉장히 심층적으로 보도했다는 발언에 이어, 최근 불거진 국민의힘 내홍에 대해서도 자세한 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에 출연, 한국의 대선 상황에 대한 일본 내 언론 보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는 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에 출연, 한국의 대선 상황에 대한 일본 내 언론 보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 내홍에 대해서는 ‘한국 대통령 선거, 야당 선대위 와해’라는 제목으로 자세한 보도를 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연기를 해라”고 주문한 내용에 대해서도 보도가 있었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의 대선에 대해 일본이 가진 지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안철수의 부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대선 이후에는 거의 보도가 없었던 안 후보에 대해 ‘와우코리아’라는 인터넷신문이 안 후보를 크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매체가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얘기를 다루면서, 안철수 쪽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더 많다는 얘기까지 보도했다”고 일본의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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