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의 실체를 밝혀줄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오미크론의 진행 상황이 델타 변이 때와는 확실히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팬데믹 종식을 시사하면서 “계절성 독감이 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코로나 사망률 8%였던 남아공의 최근 오미크론 치사율은 0.2%로 떨어져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오미크론의 치사율은 0.2%로 떨어졌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독감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오미크론 확산 이전 남아프리가공화국의 코로나 사망률은 8%에 달했다.

그런데 아직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델타보다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미크론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면서, 국내 첫 오미크론 사망 사례가 발표된 이후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이 치명률은 낮지만, 여전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코로나 확진 중 오미크론은 4%, 96%는 델타변이...첫 오미크론 사망자는 90대 고령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12월 5째주)기준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8.8%다. 코로나19 감염 사례 10건 가운데 1건 가까이가 오미크론 감염인 셈이다. 국내 발생한 사례로만 보면, 오미크론 변이는 4%에 해당한다. 96%는 델타형 변이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의 약 70%가 오미크론 변이로 확인됐다.

지난달 1일 국내에 첫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보고된 이후 한 달 새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1월 중 또는 늦으면 2월 중이라도 우세 변이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지난달 1일 국내에 유입된 지 한 달 만에 누적 감염자가 1천 명을 넘어서며 급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남 영광의 한 군부대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진자가 발생,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군인 9명과 가족 5명 등 14명의 확진자 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온 4일 전남 영광의 한 군부대 입구. [사진=연합뉴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지난달 1일 국내에 유입된 지 한 달 만에 누적 감염자가 1천 명을 넘어서며 급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남 영광의 한 군부대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확진자가 발생,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군인 9명과 가족 5명 등 14명의 확진자 중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온 4일 전남 영광의 한 군부대 입구.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첫 오미크론 확진자 사망 사례가 나왔다. 사망자는 90대 여성 두 명으로, 광주 남구에 있는 요양병원 입원 중 확진됐다. 지난달 26일 확진된 A(90)씨는 확진 다음 날인 27일 숨졌고, 지난달 25일 확진된 B(98)씨는 확진 나흘 뒤인 29일 숨졌다. 각각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2회 맞았으며, 모두 고혈압, 위암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정부 당국자, “오미크론 치명률 떨어져도, 전파 속도 빨라 피해 규모 클 수 있어”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치명률이 30%에서 많게는 50%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2~3배 빠른 전파속도를 생각하면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어 확산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가팔라질 경우를 대비한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치명률이 낮다는 점만 인식하고, 오미크론에 대한 경계 태세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인 셈이다.

치명률이 낮아도 2~3배 빠른 전파속도를 감안하면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방역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치명률이 낮아도 2~3배 빠른 전파속도를 감안하면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방역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의 실체를 밝혀줄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오미크론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① 오미크론 확진자 수와 입원환자 수, 디커플링 뚜렷해

오미크론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가운데, 입원환자 수가 확진자 수의 증가치에 동조하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이 주목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번 4차 유행 기간의 입원환자가 델타발 3차 유행 때보다 7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케이프타운대 웬디 버겐스 연구원은 "입원과 확진 간에 탈동조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디커플링은 미국의 실제 확진자 및 입원환자 수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뉴욕타임스와 CNN에 따르면 오미크론이 출현하기 전 미국의 코로나 확진이 정점을 기록했던 작년 1월 중순 미국의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는 25만여 명이고, 입원환자 수는 14만2000명에 달했다. 반면 오미크론이 유행 중인 이달은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는데도 입원환자 수는 10만 명 안팎에 그친다.

② 쥐 실험을 통한 연구 결과, 폐 손상 적어

지난주 오미크론이 이전의 변이에 비해 ‘폐 감염이 덜하다’는 연구 결과 5건의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생쥐와 햄스터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더니 델타 변이보다 폐 감염이 덜 일어나는 것을 잇따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이전보다 감염 증상이 약한 이유는, 코에는 잘 감염되지만 폐까지는 잘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폐까지 침투하면 면역과잉반응으로 정상조직까지 손상되고 혈관을 통해 바이러스가 다른 장기로도 전이되면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따라서 폐 감염이 덜한 오미크론의 특성상, 치명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지난 4일 TBS 코로나 특보에 출연, 동물 실험이라는 전제 하에, “동물 실험결과가 맞다고 하면, 계절성 감기화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이전 변이와 달리 상기도 즉 사람으로 치면 코와 입 주위에만 감염을 시키고. 폐를 포함한 아래쪽에는 거의 감염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전파 확산은 빠르지만 경증에 머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강력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인체에서도 감염 형태가 같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홍콩대 연구진은 지난 22일 네이처 자매지에 제출한 논문에서 사람의 폐 조직 12개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등 다른 변이보다 더 천천히 자랐다고 밝혔다. 반면 기관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70배 빨리 자랐다. 오미크론 변이는 호흡기 입구에서는 잘 자라지만 안쪽 폐에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③ 항체 반응 떨어져도 T세포 반응은 유지, 오미크론은 팬데믹 종식의 시작을 의미

오미크론의 발생 초기, ‘코로나19 백신이 형성하는 '1차 방어망'인 항체 반응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백신이 듣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나 감염 후 자연 면역으로 형성된 T세포 반응이 오미크론의 공격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2건의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 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가 발표한 2건의 연구 결과에 따른 분석이다. 특히 남아공의 연구 결과 코로나 완치자 및 화이자 또는 얀센 접종 환자들의 오미크론 관련 T세포 반응은 무려 70~80%에 달했다는 점에서 낙관적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백신이 형성하는 '1차 방어망'으로 여겨지는 항체 외에도, 면역 반응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다. 중요한 '2차 방어망'은 바로 티(T) 세포와 비(B) 세포다.

T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과거의 질병을 기억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며 항체를 깨워 방어 작용을 결집하는 기능을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T세포가 오미크론을 인식하고 꽤 빠르게 싸운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캘리포니아대 간디 교수는 "확진 건수가 기록적으로 늘더라도,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력과 경미한 감염 양상 조합은 (팬데믹) 종식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며 "오미크론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강력한 면역력이 형성돼 팬데믹을 종식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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