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탈모공약 경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내놓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탈모 제네릭(복제약) 가격 인하’로 맞서고 있다. 계층, 이념, 세대를 겨냥한 공약이 아니다. 탈모인 표심을 저격하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탈모인은 방대한 유권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대략 10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전 국민의 20% 정도가 탈모를 경험하고 있고, 탈모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만 해도 2020년 기준 약 23만여명에 달한다.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 검토로 재미를 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생활밀착형 정책 개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초청 'CES2022 라이브' 혁신기업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재명 후보. [사진=연합뉴스]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 검토로 재미를 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생활밀착형 정책 개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초청 'CES2022 라이브' 혁신기업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재명 후보. [사진=연합뉴스]

젊은층의 스트레스성 탈모도 급증, ‘탈모공약’은 30대 표심잡기의 일환?

더욱이 과거에는 유전적인 요인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환경이나 각종 스트레스 등 비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탈모가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3만여명의 탈모 환자 중 30대가 5만2000명으로, 전체의 22.2%나 된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해 탈모질환자들이 지출한 진료비도 387억3946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탈모공약은 30대 표심공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탈모약에 대한 건보 적용을 두고, ‘탈모가 질병이냐, 미용이냐, 어디까지 보장해줄 것이냐’로 여론전이 뜨겁다. 이 와중에 민주당이 이 후보를 지원하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스스로 탈모인을 자처하며 증상을 호소하는 일부 의원들의 고백까지도 이 후보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그만큼 1000만 탈모인들의 표심을 가져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재명은 ‘탈모약 건보 적용’ 제안...더불어민주당, “정치권이 물꼬 터줘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의 '탈모약 처방 건강보험 적용' 공약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코로나 시기를 통해 보건의료나 건강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탈모약 공약이) 국가적 어젠다에서 우선순위가 된 건 틀림없다"며 "우리가 장수하는 시대 건강관리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일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를 의식해 "기존 논리를 보면 급여화가 매우 어렵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기존 방식의 보건의료 체계에선 불가능한 게임이지만, 정치권에서 국민적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물꼬를 터주는 방식으로 (적용을) 확대한다면 그 또한 정치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자신의 탈모 경험을 내세우며 이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탈모갤러리에서 "저도 M자 탈모가 있다. 탈모 정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탈모를 겪고 있는 김원이 의원도 페이스북에 "탈모는 질병이다. 그 스트레스, 그 고통, 그 눈길들,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1000만 탈모인 여러분, 이재명으로 단결하자"고 적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탈모는 공식적인 질병코드가 부여된 질병이지만 탈모 치료 약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서 "국민 5명 중 1명이 탈모로 알려져 있는데, 약값이 부담되어 해외 직구를 하거나, 탈모약과 같은 성분인 전립선 약을 편법으로 급여 처방받는 게 현실"이라며 탈모인의 현실적인 고충을 전했다.

안철수는 ‘탈모 카피약 약가 인하’ 주장하며 이재명 저격...“건보 적용은 해법 아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고 탈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고 탈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페이스북]

이에 대해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탈모 문제는 매우 중요한 헬스케어 시장"이라면서도 '실현가능성'과 '건보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탈모 카피약 약가 인하와 탈모 신약 연구개발 지원으로, 탈모인 여러분들의 근본적인 고민 해결에 나서겠다"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탈모에 대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건보 적용은 해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케어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건강보험의 심각한 재정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내놓았는데, 표를 찾아다니는 데는 재능이 있어 보인다"면서 "(이 후보는) 해결 방법이 건보 적용밖에 없는가. 곧 고갈될 건보재정은 어디서 만들어 오겠는가. 결국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밖에 더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가 제시한 두 가지 해결책 중, ‘탈모약 제네릭(카피약) 가격 인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탈모인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탈모약 프로페시아는 1정당 1,800~2,000 원인데, 첫 번째 카피약(first generic)인 모나드는 1정당 1,500원이다. 카피약의 경우에는 연구개발비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가격 인하 여력이 있다"는 것이 안 후보의 설명이다.

카피약 가격 인하에 이어 ‘저렴하고 효과 좋은 탈모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을 대폭 지원’하는 것이 안 후보의 두 번째 해결책이다. 이럴 경우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이 보다 싼 가격으로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보수 야당의 득표 공약, 이재명이 벤치마킹해?

대선후보의 탈모공약에 대해 정치평론가 윤태곤씨는 지난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래 이런 걸 한나라당(새누리당, 국민의힘을 통칭) 쪽에서 정말 잘했다”며 “10만표짜리 공약, 20만표짜리 공약 이런 게 있다. 택시보조금 같은 경우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는데, 택시기사들 개인택시로부터 딱딱 (표가) 나오는 것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과거 보수 야당이 정책적으로 잘하던 분야까지 더불어민주당에 내주고 있다는 것이 윤태곤씨의 분석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내가 탈모공약 원조, 탈모약 급여화는 불가능”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CBS라디오에 출연, 탈모공약의 원조는 자신이라며 “공약을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CBS라디오에 출연, 탈모공약의 원조는 자신이라며 “공약을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이 정치권에서는 탈모공약의 원조라는 주장을 폈다. 하 의원은 2020년 ‘장성규의 워크맨’에 출연해서 탈모공약과 관련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개발언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 좀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연이어 “지금 이 후보가 얘기하는 보험화 연구를 계속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랑 입법조사처에서 자료를 다 받았다. (그러나) '탈모약 급여화는 불가능하다, 안 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하게 이 후보처럼) 말만 꺼내놓고 실제로 실행을 안 하면, 탈모인들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를 에둘러 비판하면서 "(저는) 다른 방법이 없나, 급여화 말고 다른 방법이 없나 하고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탈모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응을 감안하면, 이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는 대선후보가 이번 대선 부동표 공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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