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주에는 경구용 치료제가 국내로 들어온다”며 “신속히 의료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방역 당국은 구체적인 투약 대상과 공급기관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 FDA 승인받은 화이자 코로나 치료 알약 '팍스로비드'. 사진은 이탈리아 아스콜리에서 생산되는 팍스로비드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FDA 승인받은 화이자 코로나 치료 알약 '팍스로비드'. 사진은 이탈리아 아스콜리에서 생산되는 팍스로비드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치료제 구매 내역, 화이자와 머크사 비율이 3대 1

정부는 지난 5일 한국 화이자사와 팍스로이드 40만명분에 대한 추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현재 총 100만4000명분의 경구용 치료제가 확보된 상태이다. 제약사별로 보면 화이자사와 총 76만2000명분, 머크사(MSD)와 총 24만2000명분의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비율로 따지면 3:1에 해당하는 셈이다.

당장 다음주로 도입 일정이 정해진 가운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머크사’와의 계약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구매량을 두배로 늘렸다는 점에서, 우리 방역당국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구매내역, 화이자 2000만명분 대 머크사 17만명분

지난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BC방송 등 미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당초 1000만명분에 이어 1000만명분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으며, 이르면 이번주에 전달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부 코로나 대응팀과의 화상 회의에서 "이번 치료제는 '게임체인저'로 코로나19가 미국과 국민들에게 끼친 영향을 극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회의에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회의에서 발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이날 브리핑에서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미국이 머크사와 구매하기로 계약한 물량은 ‘17만여명분’에 불과하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비하면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분량이다.

설대우 중대 교수, “몰누피라비르 대신 팍스로비드 추가 구매방안 모색해야”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7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 “우리는 머크사의 치료제가 24만 2천명분이고 화이자의 치료제는 76만 2천명분이다. 반면 미국은 화이자의 물량에 비해 100분의 1에도 못미치게 머크사의 치료제를 구매했다”고 지적하면서,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 도입을 반대했다.

설 교수는 몰누피라비르가 팍스로비드에 비해 암 기형에 대한 우려는 물론, 치료 효과도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굳이 몰누피라비르를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승인을 (국내에서) 내지 않으면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는 만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 현장에서 어떤 국민에게는 몰누피라비르를 처방하고, 어떤 국민에게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라는 것이 설 교수의 입장이다. 굳이 필요하다면 몰누피라비르 대신 팍스로비드를 더 들여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국내 식약처가 승인을 하지 않고, 구매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에 대해 국내 식약처가 승인을 하지 않고, 구매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식약처가 몰누피라비르 승인하면 머크사에게 빌미 줘

미국의 FDA가 몰누피라비르를 승인하기는 했지만, 현재의 계약 물량만을 감안하면 “승인은 하지만, 몰누피라비르를 안 쓰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우리 식약처가 몰누피라비르를 승인해서 머크사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6만 2000명분의 분량만으로도 당장 급한 위중증 환자 치료에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설 교수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의 수천만 확진자에 비해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 수는 65만 7000여명으로,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훨씬 적다는 점에서다.

뿐만 아니라 팍스로비드를 투약하는 환자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먹는 치료제 구매가 더 필요하지 않다고 설 교수는 설명했다. 현재 팍스로비드는 모든 확진자를 대상으로 투약하는 게 아니라, 50세 이상과 그 이하 연령대에서는 기저질환자에게만 투약된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현재의 팍스로비드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설 교수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설 교수는 “몰누피라비르를 취소하고, 대신 팍스로비드를 24만 2000명분 추가로 도입하면 물량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주에 도입될 팍스로비드는 개인이 구매할 수 없다. 정부가 구입해서 병원‧약국 등에 공급하고 재택환자와 생활치료센터, 필요 시 치료병원에서 공급받아 사용되는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 김옥수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자원지원팀장은 “처방전이 약국에 공급되고 공급된 약국에서는 보건소, 지자체와 협의된 방식으로 해서 재택환자에게 약이 배송되는 절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제한한 투여 대상자는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경증 및 중증도 성인 및 12세 이상 체중 40㎏ 이상의 소아 환자”라고 투약 대상을 설명했다.

팍스로비드는 확진되고 나서 3일 이내에 복용하면 89% 정도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팍스로비드의 경우 감염 예방효과는 88~89% 정도로, 상당한 중증 예방효과를 보인다”며 “전격 투여될 경우 고위험군과 표준위험군에 따라 예방효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기대하기로는 상당히 많은 중증 예방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