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칼럼] 중국인의 심리전과 협상술
[연상모 칼럼] 중국인의 심리전과 협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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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백전불패...중국인의 '자리 합리화' 성향과 능란한 협상술 간파해야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으나, 중국정부는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고 하면서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홍보전을 펴기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에 가져왔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중국은 코로나의 ‘중국 책임론’을 ‘중국 공헌론’으로 막으려고 했다. “중국 인민의 힘든 노력이 세계 각국의 전염병 방제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를 통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여러 동남아 국가들과 연해 있는 바다로서 남중국해가 중국의 해안선과 만나는 부분은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당초 중국 우한이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지목되었고, 중국은 사태 초기 정보를 은폐하고 축소하려다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이 중국 책임론을 회피하려고 하는 시도는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무리한 주장이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판결을 통해 중국의 주장을 부정했고, 동남아의 각 관련국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은 왜 무리해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일까? 우선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성과’에 의존하여 통치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정부로서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강력한 국가의 이미지를 얻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중국인 특유의 자신을 옹호하고 합리화하려는 심리전과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그들만의 전통적인 협상술을 살펴봄으로써 이해를 도울 것이다.

중국인의 심리전과 협상술은 거대한 면적과 인구, 오랜 역사의 부대낌 속에서 생성되고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거리의 평범한 상인조차 능란한 협상술을 구사한다. 주목할 점은 그들은 결코 상대에게 자신의 속을 먼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도 중국의 상품은 제대로 정찰제가 지켜지지 않았기에, 상대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익 실현이 가능했다. 즉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상거래에 있어서 손님에게 원하는 가격을 먼저 말하라고 하여 상대 실력을 평가한 후 그 선상에서 탄력 있는 가격 흥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간 공식회담에서도 적용되는 듯 싶다. 1971년 키신저가 미중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저우언라이는 키신저에게 먼저 발언하도록 했다. 그러면 중국인의 심리전과 협상술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중국은 역사적으로 심리전에 능한 국가이다. ‘중화사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에 있으며 주변의 ‘오랑캐’와 구별되는 우월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관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대에 등장한 공산당정권은 선전전에 능하다. 공산당은 20세기 전반 항일전쟁에서 ‘지구전’과 ‘정의전’을 주장했다. 즉 “중국은 땅이 넓고 자원이 많아 장기적 전쟁을 능히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전쟁은 퇴보적 성격이 있는 반면, 중국의 전쟁은 정의성으로 국제적 원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강대국이 될 때까지 자신의 힘을 감추어라”는 ‘도광양회’의 실용외교를 추진하여, 미국의 견제를 피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중국위협론’이 대두되자, ‘평화발전’과 ‘조화세계’를 제안했다. 그리고 중국이 유구한 문명을 가진 세계의 스승이라는 ‘문명국가’의 이미지를 수립하려 하고 있다. 이는 ‘인류운명공동체’의 주장에서 나타난다.

둘째, 중국인은 구체적 사안을 긴 역사적 맥락 또는 큰 틀에 넣어 자기 페이스로 끌고 나가려 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거의 무한한 역사의 책임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마음에 겸손함을 불러일으킨다. 외국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그들이 자연의 방식에 거스르고 있으며 그들의 행동은 중국의 오랜 역사의 긴 흐름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려고 한다. 1971년 미중관계 개선을 위해 방중한 키신저에게, 저우언라이는 “미국은 2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나, 중국은 4,000여 년의 유산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의 역사적 및 도덕적 품격을 주장했다.

셋째, 상대방의 조치 또는 생각을 선악의 이분법 등을 통해 자신이 가치판단을 하면서 “상대방의 조치가 옳지 못하고 잘못되었다”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압박해 나간다. 중국은 각 국가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자신만의 주장을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옳고 그름’의 프레임이 설정된다. 사드문제와 관련 중국 관리는 2017년 “중국은 한국이 사드의 ‘잘못’을 수정한 뒤, 양국관계를 건강한 발전의 ‘올바른’ 궤도로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넷째, ‘우호관계(친구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의무감을 부과한다. 일본과 중국은 2008년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이익’이 포함된 표현으로 양국관계를 새롭게 정의했다. 이는 ‘우호외교’의 틀에 의존하는 양국관계는 좋은 관계의 환상을 계속 가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일본 측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상해탄’이라는 중국 TV 드라마에서, 조폭 두목인 주인공의 부하가 일을 실수하여 주인공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자, 주인공은 “우리는 형제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부하는 감동하여 이 말을 듣고 있다. 중국인들은 ‘친구’와 ‘꽌시(關係)’는 중국외교의 처세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는 명성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대가도 기꺼이 치른다.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직후 여기저기서 외면당할 때 마오쩌둥은 그를 초청했다.

다섯째, 약한 고리를 잘 찾아서 공격한다. 약한 국가를 선택하여 집중 공격한다.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은 관련국가인 미국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한국만을 집중 공격했다. 2020년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법률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에 있었다. 그러자 중국은 약한 고리인 호주에 대해, “중국인들은 호주의 와인을 마시지 않고, 호주에 중국 유학생들을 보내지 않을 수 있다”고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여섯째, 의도적으로 공허하고 과장된 말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는다. 마오쩌둥은 냉전 시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군사적 능력을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심리적인 대등함을 실현했다. 중국이 미국과 소련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마오는 “핵전쟁도 불사해야 하며, 3억 명의 중국인이 죽는다고 해도 시간이 가면 전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통 언론인인 데니스 브라드워즈는 말한다. “중국인들의 의식적인 과장법에 현혹되어 중국의 전술이론이 주로 격렬성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오히려 얼음같이 차가운 논리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인들 스스로는 그들의 목청 높은 외침과 냉엄한 사실과를 결코 혼동하지 않는다.”

일곱째, 과거의 중화질서를 현재에도 이웃국가들에게 적용하려고 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은 한국에 경제보복을 취하고 ‘3불’의 약속을 받아갔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사드문제 자체보다도 “소국(한국)이 대국(중국) 이익을 크게 침해했다”는 것이었고, 한국의 전적인 순응을 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시진핑 주석과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했다”고 언급했다.

여덟째, 중국인이 자신을 합리화하며 옹호하는 선전전과 협상술은 집요하고 강력하게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동시에 실용주의적 사고를 갖고 행동하고 있다. 키신저는 중국 지도자들이 ‘현실을 중시하는 실무형 자기중심주의자’이며, 중국외교는 모험주의, 낭만주의 또는 선의가 아니라, “논리적인 자기이익”에 의해 수행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전쟁의 정전협상에 참여했던 백선엽 장군도 중국인들이 노련한 현실주의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인은 명분에 휘둘리지 않고 늘 현실적인 면을 먼저 고려했다. 전투와 협상에서 중국은 우회와 기습, 매복과 포위로 나타났고, 북한은 경직되고 직선적인데 반해, 중국은 곡선에 가까웠다.” 1972년 중국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중대현안인 대만문제를 뒤로 놓아두었다. 덩샤오핑은 대만 통일시기의 질문에 대해, “100년 이후를 보고 준비할 것”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그리고 1978년 덩은 일본과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센카쿠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해결을 맡겨두자”고 언급했다.

아홉째, 중국인은 은유를 많이 활용한다. 2000년대 초 주유엔 중국대사였던 왕광야는 안보리에서 좀처럼 먼저 발언을 하지 않고 암시나 에두르는 화법을 사용하며 종종 침묵을 무기로 사용했다. 중국인은 입을 굳게 닫음으로써,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종종 행동을 하면,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의 신빙성을 떨어지게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인들은 가타부타 남의 의견에 선뜻 동조하지 않으며, 좋거나 싫거나 표정에서 일단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백선엽 장군은 “‘차이니즈 스마일(Chinese smile) - 살짝 입가에 맴도는 그런 미소’는 속에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심리전과 협상술을 통해 과장된 논리와 차가운 현실을 자유롭게 왕복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 여러 개의 얼굴을 보이면서 접근한다. 이러한 중국의 여러 개의 얼굴을 대하는 것은 우리에게 버거울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과 중국 간 국력의 비대칭으로 인해 양국 간에 협상을 할 때 우리에게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협상은 사람들 간에 구체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중국인의 성격과 처세술의 특징이 무엇이며, 한국인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경우 서로 간에 좋은 협상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피지기 할 때, 우리의 단점을 극복하고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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