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책당국이 내리는 결정이 10년을 좌우한다"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코로나19 변이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WB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5.5%인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4.1%, 내년 3.2%로 둔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WB는 지난해 경제가 강력하게 반등한 기저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억눌린 수요의 폭발, 대규모 재정·금융 정책의 효과 등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코로나19 변이가 계속 출현할 때마다 전염병 대유행이 단기적으로 경제 활동을 계속 교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했다.

아이한 고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급증세에 대해 "세계경제 전망치가 0.7%포인트 하락한 3.4%로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을 비롯한 경제 대국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깎아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등 거대 경제대국의 경기 둔화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내년까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할 경우 선진국과 신흥국 및 개도국 간 격차는 더욱 커진다. 

WB는 새로운 코로나19 발병, 지속적인 공급망 병목현상, 물가 상승 압력, 금융 취약성 증대 등을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세계 경제는 정부 지출과 통화 정책이 미답의 영역에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정책 불확실성에 동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의 성장률은 작년 5%에서 올해 3.8%, 내년 2.3%로 감소하고 신흥국과 개도국은 작년 6.3%에서 올해 4.6%, 내년 4.1%로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선진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상당한 재정 지원으로 위기 상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신흥국과 개도국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정책 지원과 금융 긴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WB는 이번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의 성장률을 올해 5.1%, 내년 5.2%로 예상했다.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은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각국의 적절한 통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마리 팡게스투 WB 개발정책 담당 이사는 "향후 몇 년 간 정책당국이 내리는 결정이 10년을 좌우한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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