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불과 6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북한이 지난 5일에 이어 11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종전선언에 마지막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보란 듯이 연거푸 미사일 도발을 하는 북한의 태도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날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 “대선 앞둔 시기에 미사일 연속 발사 우려돼”...‘국민안전 우려’는 실종

11일 NSC 상임위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에 대해 우려된다고 말했다”면서 “남북 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각 부처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밝혔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전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 우려의 초점이 ‘안보’가 아니라 ‘대선에 미칠 영향’에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김정은 구애작전’이 결국 북한 미사일로 응징당한 현실이 3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북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대선인 3월 9일을 앞두고 있고, 정치적인 전환의 시기에는 남북 관계가 긴장되지 않는 것이 항상 그렇지만 더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더욱더 종전 선언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지만, 북의 도발로 인한 국민의 안전보다 ‘대선’을 먼저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대선에 끼칠 영향만 셈하는 문 대통령의 맹물 안보 의식 드러나”

국민의힘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마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대통령”이라며 “국가 안위가 걸린 도발을 애써 평가절하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 바라기’ 허상(虛像)이 드러나니, 국민 심판이 두려운가”라고 했다.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안혜진 대변인은 더욱 강한 어조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논평에서 “북한의 도발에 옴짝달싹 못 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청와대나 ‘남북평화 쇼’에 들러리선 군의 눈치 보기 행태는 가관”이라며 “대선에 끼칠 영향만 셈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맹물 안보 의식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안전보다 대선을 먼저 걱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스스로 버린 것이라는 비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의실에서 열린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11일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조종사 심 모 대위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의실에서 열린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11일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조종사 심 모 대위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안 후보는 "국방부가 北을 감싸고 있어 참담함을 느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 5일 미사일 발사 때도 현실 외면하며 의미 축소

문 대통령은 11일의 발사에 앞서 5일에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서도 북한을 규탄하지 않았다. 지난 5일에도 북한은 문 대통령이 강원도 고성 제진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 협력 사업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직전에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극초음속 미사일’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라며 애써 현실을 외면했다. 그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직도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 미련을 못 버리고 북한의 비위 맞추기에만 여념 없는 모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 선거가 채 6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북한이 쏘아올린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 북한이 스스로 ‘북풍 공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 북풍 공작은 보수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써먹던 단골 메뉴로 여겨져 왔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결집해 선거에 유리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친북 대통령을 궁지에 모는 북한의 의도 두고 해석 분분해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북한이 이례적인 도발을 하고 있다. 친북 성향의 문 대통령과 좌파 대선후보와 거리를 둔 채, 올해 들어 두 번이나 미사일 시위를 한 것이다. 보수 정당에 유리한 ‘북풍 카드’를 북한이 직접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셈하느라 머리가 복잡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정치권 내에서는 “현 좌파들을 종북 아니고, 종북조차도 못되는 잡것들이라고 표현한 진중권 작가의 말이 맞는 듯하다. 북한도 잡것들보다, 보수정권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하고 보수정권을 미는 게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거푸 미사일로 도발하는 북한을 대상으로 임기말 종전선언에 나서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연거푸 미사일로 도발하는 북한을 대상으로 임기말 종전선언에 나서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보도한 댓글에서는 문 대통령과 군을 비판하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는데도, 아직까지 종전선언을 주장할 수 있나?” “마하가 아니라는 우리 군과 청와대를 겨냥해서, 6일만에 마하10 미사일을 발사해버리네” “북한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종전선언만 하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니” 라는 내용의 글이 상당수 확인된다.

‘멸공’ 이슈에 흥분하던 민주당, 북한 미사일 발사에는 입 다물어

뿐만 아니라, ‘멸공’에는 불매운동 운운하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는 당연하듯 입다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여론도 높은 실정이다. 멸공을 비난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공산주의자임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시위를 당긴 ‘멸공’ 이슈에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로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킨 북한의 북풍 공작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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