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제20대 대선, 정책선거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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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1.13 07:55:37
  • 최종수정 2022.01.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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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일러스트 사진의 본래 저작권은 '시사저널(일러스트 신춘성)'에 있음을 밝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시사저널 일러스트.2021.11.07.(사진=시사저널, 편집=펜앤드마이크)
해당 일러스트 사진의 본래 저작권은 '시사저널(일러스트 신춘성)'에 있음을 밝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시사저널 일러스트.2021.11.07.(사진=시사저널, 편집=조주형 기자)

#1. 선거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거의 성패는 곧 민주주의 자체의 성패이기도 하다. 그런데 선거의 성패란 무엇이며, 이를 좌우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선거에 승리하여 당선되는 것이 성공한 선거일 것이지만, 국민의 입장, 국가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선거란 정말로 될 사람이 된 선거,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자가 당선되는 선거일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한 대통령선거는 곧 성공한 대통령으로 직결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후보자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후보자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후보자도 완전한 인간일 수 없고, 최근 대선과 관련하여 최선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후보자를 피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여러 후보자들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비교하는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데, 임기를 마친 이후에 평가해보면,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들이 후보자를 판단하는 일반적 기준은 무엇일까? ‘후보자 개인’ 인가 아니면 ‘어떤 정당의 공천을 받았는지’ 인가? 후보자의 ‘능력’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도덕성’이 더 중요한가? 특히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비교할 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민주화 이후의 지난 30여 년을 돌이켜 볼 때, 선거에 승리하여 대통령이 되었으나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김영삼, 김대중 두 분에 비해 다른 분들의 정치경력이 짧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당 내부의 불협화음 또는 야당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아마도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 초심을 잃고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 즉 청와대 안에서 지지세력들의 인(人)의 장막에 가려서 세상의 변화와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데 세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2. 왜 네거티브 선거에 대해 비판적인가?

네거티브 선거(=네거티브 선거운동)란 후보자가 자신의 능력과 도덕성을 적극적으로 검증받음으로써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 후보자의 결함을 드러냄으로써 선거에서 우위에 서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공직선거 후보자의 능력이나 도덕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 경우에 이를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고, 선택에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언론 등의 역할이지, 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후보자들이 상대 후보자의 비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에는 정작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적극적인 검증 대신에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혼탁한 선거가 될 우려가 매우 크다. 그 때문에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비판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거티브 선거가 끊이지 않는 것은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처럼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 지지층을 확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있을 때 상대 지지층을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손쉬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로 인해 네거티브 선거의 유혹에 빠지는 일이 계속 되풀이된다.

하지만 네거티브 선거란 바다에 표류하는 사람이 갈증을 못 이기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당장은 갈증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국민들이 후보자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그로 인한 갈등 내지 감정의 앙금은 정치과정 전체를 왜곡과 경색으로 몰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왜 대한민국의 선거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만이 미덕이고, 위대한 실패자 내지 존경받는 패배자는 존재할 수 없는가? 승자독식의 정치문화 속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책경쟁이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더욱이 네거티브 선거는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기 쉽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분석에서 힐러리 후보의 낙선에는 그가 IS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선거에서는 가짜뉴스 문제가 없었을까? 이러한 가짜뉴스는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칫 선거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민주적 선거의 핵심은 국민의 후보자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치지도자로서의 역량과 정책, 전략 등에 대한 검증이다. 그런데 이를 적극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각종 비리 의혹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한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후보자 가족 등에 대한 문제를 선거운동의 중심에 놓는 것은 선거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윤석열 캠프, 편집=펜앤드마이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윤석열 캠프, 편집=조주형 기자)

#3. 20대 대선이 정책선거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여당의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윤석열 후보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물론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도 관심사이지만, 현재 양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이 2달이 채 남지 않은 현시점까지도 양 후보들의 대선공약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선거공약들이 발표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대선 경쟁의 중심에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및 형수 욕설 문제,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 및 부인의 허위 이력 등에 대한 논란이 자리하고 있었다.

선거 때마다 말로는 정책선거를 앞세우던 양대 정당에서 이렇게 정책선거를 뒷전으로 하고, 네거티브 선거에 치중하고 있는 이유는 정당의 탓인가? 후보자의 탓인가? 이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정당이 대통령을 만드는가 아니면 대통령이 정당을 만드는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선진국의 예들에서 보듯이 오랜 역사를 갖는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통해 정치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재창당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그 결과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의 이념과 정책조차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정당이 정책선거의 중심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제20대 대선에서 정책선거의 부재는 정당보다는 후보자의 문제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문제에 주목하자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각기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 정책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 비해 정치인으로서의 독자적 지지기반이 튼튼하고 성남시장, 경기지사의 공직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 거대 여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변호사 출신답게 말주변이 좋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수많은 비리 의혹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매우 심한 포퓰리즘 정치 성향을 보인다는 점, 그로 인하여 강력한 지지기반에 못지않게 강력한 반대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기존의 여야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부각되었으며, 정치인으로서의 때가 덜 탔다는 점, 검사로서의 올곧은 행동에 대한 좋은 인상과 본인이 비리 의혹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점이 장점이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정치인으로서 검증되지 못했고, 발언의 실수 등이 반복되는 점, 국민적 지지율과는 별도로 정치권 내에 진정한 우호세력 내지 자기 세력이 없다는 점, 검찰총장으로서 조직을 운영한 경험은 있으나,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선별한 경험이 적고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재명 후보의 정책공약은 국가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꾀하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치우치는 문제점이 있고,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준비 기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충분히 다듬어진 정책공약을 제시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4. 남은 기간 정책선거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이제 설 연휴가 지나면 후보자등록이 곧 시작되고, 대선 후보들의 방송토론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모든 후보들의 정책공약이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남은 기간이 한 달에 미치지 못하는 짧은 기간이지만, 국민들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이 시간만큼은 네거티브 선거를 벗어나 진정한 정책선거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후보자 차원이 아닌 정당 차원에서 책임 있는 정책공약이 나와야 한다. 후보자 개인이 국정 전반에 대한 상세한 공약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이 아닌, 정당 공천을 받은 대통령이 되는 첫걸음은 정당 중심의 정책선거일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가발전의 비전 제시 및 정책공약의 개발에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오만과 독선이라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셋째, 정책 대결은 이념 대결이 아니다. 정책의 개발 및 변경에 유연해질 필요가 있으며, 때로는 상대방의 정책에서 배울 수도 있다. 다만, 짜깁기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전체적인 정책을 관통하는 정치 철학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충분히 검증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이어야 한다.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예컨대 국제경제 흐름의 전망, 경제성장률의 예상치, 세입⋅세출에 대한 분석 등과 정확하게 맞물려서 제시되는 정책이어야 하며, 선심성 정책으로 국민의 표를 사려 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 이후의 지난 30여 년 동안, 아니 대한민국 역사의 지난 100년 동안 역사의 격랑 속에 긴장과 위기의 연속이 아닌 적이 없었다. 앞으로의 5년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급변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어떤 미래를 맞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 꼼꼼한 정책점검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편집=조주형 기자)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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