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칼럼] 정권이 바뀌어야만 하는 수만 개 이유 중에 하나
[황근 칼럼] 정권이 바뀌어야만 하는 수만 개 이유 중에 하나
  • 황근 칼럼리스트
    프로필사진

    황근 칼럼리스트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22.01.17 09:38:57
  • 최종수정 2022.01.17 17: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자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2021.6.29(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이제 대선이 5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소설로 치면 클라이막스에 막 도달하는 시점쯤 된 셈이다. 하지만 선거전은 여전히 진흙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잠시 네거티브 공방전이 주춤하고 공약 경쟁을 벌이는가 싶더니 또다시 진흙탕으로 회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심한 당내 갈등으로 추락했던 윤석렬 후보 지지율이 회복되고 다시 박빙 양상이 되자 여권의 폭로전이 다시 재개되고 있다. 한 방송사가 김건희 씨 7시간 통화 녹취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일부 내용에 대해 방송금지 결정을 내렸지만 향후 선거판이 혼탁해 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이재명 욕설 통화로 대응해 막장 싸움판으로 가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여권에서 다른 폭로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폭로 주체가 그동안 친정부 편파방송으로 낙인찍혀 왔던 MBC라는 것이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TBS가 맹활약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지상파방송들이 네거티브 폭로전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 민주정치에서 미디어 영향력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선거 때는 더욱 그렇다. 민주적 선거과정을 가능케 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각 정파들의 중요한 캠페인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민주국가에서 미디어의 존립 근거는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데 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허점이라 할 수 있는 승자독식 지배구조는 권력분립과 상호견제라는 장치들을 무력화시킬 위험성을 항상 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봉권적 정치문화와 결합되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무소불위의 권력구조가 무의식적으로 용인되어왔다. 어쩌면 현 정권은 이 같은 한국정치의 맹점을 악용해 건국 이래 가장 막강한 독재 권력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국회는 여권 수뇌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전락했고 사법부·검찰은 정권의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고 정당화시키는 호위무사가 되어버렸다. 삼권분립이니 견제와 균형이니 하는 주옥같은 말들은 이제 더 이상 교과서에 빠져야 할 듯 싶다. 대신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나라’라는 정의가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는 법·제도 밖에 존재하고 있는 언론밖에 없다. 물론 현 정권이 제도 밖에 있다고 언론을 그대로 놓아둘 정권이 절대 아니다. 아니 어쩌면 더 철저하고 교묘하게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언론노조를 대리인으로 해 공영방송을 장악했고, 시사·보도와 거리가 멀었던 – 아니 불법인 – 교통방송까지 충성스러운 정권 호위 방송으로 변신시켰다. 반대로 정권에 시비를 걸만한 보수성향의 종편채널이나 유튜버들은 각종 수단들을 동원에 압박해왔다.

이렇게 견고하게 구축한 기울어진 – 아니 자기 편만 놀게 만든 – 언론 운동장이 이번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선거는 다양한 생각과 표현들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선거보도는 다양성이 필수 조건이고 그 기저에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윤리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 정권이 만들어 놓은 언론 운동장에는 다양성·공정성은 완전히 퇴출되었고 최소한의 언론윤리조차 망각되어 버렸다.

언론이 앞장서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무차별 폭로전으로 도배된 혼탁한 저질 선거전이 어차피 흠집투성이인 여당 후보에게 크게 불리할 것 없다는 암묵적 공조에서 나온 고도의 선거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실정과 불법, 비리, 부패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어 선거를 이길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진흙탕 비방전이 덜 불리한 벼량 끝 선거 전략일 수 있다.

우리 언론 지형은 이렇게 망가졌고 기울어졌다. 정권을 바꿔야 할 수만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이렇게 망가진 언론 운동장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라도 정권교체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그냥 바꾸어야만 한다’라는 말보다는 설득력이 약해 보이지만 말이다.

황근 교수.(사진=황근 교수)
황근 교수.(사진=황근 교수)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선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