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MBC가 공개한 김건희씨 녹취록은 그동안 베일이 쌓여 있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정계진출과 대선출마 동기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졌을 때 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여권의 전방이 압박에 맞서 검찰조직을 지키려는 승부수로 받아 들여졌다.

이 무렵 윤 총장의 지지율은 이미 압도적으로 야권 대선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에 투신, 대선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윤 총장이 물러나고 자신의 앞날을 상의하기 위해 검찰 선후배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 동창 등을 만났을 때,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말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특히 그와 만난 시간이 오래된, 가까운 사이 일수록 “지지율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 같은 것”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라”며 만류했고, 윤 총장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릴적부터 그가 보여준 정의감,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후배들을 모으기 좋아하는 보스기질을 들어 일부는 “정치를 할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국민의힘 전격 입당을 비롯, 지난 10개월동안 숨가쁜 정치행보는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MBC가 공개한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녹취록은 이런 의문을 풀어줄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한 인터넷 매체 기자와 50여차례, 7시간여동안 통화한 내용 중 일부, 그리고 MBC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씨와 통화한 기자 측이 흘린 내용을 보면 부인 김건희씨의 권력의지, 즉 대권을 향한 열정이 남편 윤석열 후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코바나 컨텐츠라는 기획사를 통해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이미 초기 형태의 대선 캠프를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문제의 기자를 이 회사에 초청, 적지않은 돈을 쥐어주며 특강을 시키는 등 초기 캠프의 정치감각을 키우는 한편 기자와의 유대 강화를 시도했다.

김씨는 특히 집중적으로 통화했던 매체가 편향성이 매우 심한 좌파 매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역으로 이용해 국민의힘 경선 국면에서 경쟁자인 홍준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유도하는 프로 정치인 뺨치는 수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함께 윤석열 후보의 출마과정 및 정치행보를 되짚으면서 “조국의 적은 민주당, 박근혜 탄핵은 보수가 한 것”이라고 한 진단은 김씨의 만만치 않은 정치감각을 보여준다.

이 발언은 특히 총장사퇴 직후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하려고 했던 배경과 윤 후보에 대한 김씨의 영향력을 설명하고 있다.

MBC의 녹취록 공개 이후 정치권에서는 지난 10개월에 걸친 윤석열 후보의 숨가쁜 행보를 부인 김건희씨의 권력의지와 연결시켜 해석하려는 분위기다.

사실 대한민국의 역대 대권정치에서 후보 부인의 권력의지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출마와 관련, 부인 김건희씨로부터 들었다는 ““정치를 하려면 이혼부터 하고 해라”는 말은 오히려 반어법이었다는 것이다.

선거전문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이와관련, “검찰총장을 그만 둔 이후 윤석열 후보가 보여준 뚝심, 권력의지에 대해 이해가 안되는 점이 많았는데 녹취록을 보고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좋든 싫든 정치가 불가피하게 페밀리 비즈니스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