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

현대자동차가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완성차업계로 도약하는 데는 ‘포니 정(Pony 鄭)’이 있었다.

‘포니 정’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6남매 형제 중 셋째로 1967년 현대자동차가 설립될 때 초대 사장을 맡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자 17일 사퇴한 정몽규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 선친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1974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인 현대 포니를 개발했으며, 1976년,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포니를 수출하면서 포니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 현대차에서 ‘포니 정’은 금기어 취급을 받고있다. 자동차산업 진출을 평생의 꿈으로 삼았던 정주영 창업주의 빛을 가리고 현대차를 물려받은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정통성과 충돌하는 점 때문이다.

회사설립 때부터, 평생을 현대차 발전에 매달려온 정세영 회장의 생전 소원은 형님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현대차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었다.

정주영 회장이 작고하기 전, 본인은 본인은 현대자동차 회장 및 현대그룹 회장, 장남 정몽규가 현대차 사장 및 회장에 오르면서 이런 꿈은 거의 이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왕권처럼, 현대차는 그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동생을 통해 조카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회사였다. 대신 정세영 가문이 물려받아 독립한 회사는 현대그룹내 조그만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을 키우면서 아버지 정세영 회장이 정몽규 사장에게 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재계에 회자된다. “자동차는 한 대 만들어봐야 잘해야 몇백, 조그만 것은 몇십만원 밖에 이윤이 안남지만 아파트는 한 채에 억대가 남으니까 얼마나 좋으냐”

정몽규 회장이 아이파크라는 최초의 브랜드로 서울 삼성동에 고층 아파트를 지었을 때, 당시 강남 아파트 대부분이 그랬던 것 처럼 분양이 전혀 되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아파트를 한 채씩 분양해가며 현대산업개발을 현금부자, 알짜기업으로 만들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건설에 이어 유통업까지 진출한 HDC 현대산업개발을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려는 정몽규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수를 접어야만 했고 2500억원대의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정몽규 회장은 스마트한 재능과 인성에 경영능력까지 인정받는 ‘몽’자 돌림 현대가 2세다. 그가 현대차 회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 정세영 회장이 현대차에 세운 공로 때문 만은 아니었다.

한국 축구의 기틀을 닦고 2002년 월드컵 유치 및 4강신화를 만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 이어 ‘말 많고, 탈 많기’로 유명한 대한축구협회장직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에 이어 광주에서 발생한 두건의 붕괴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정몽규 회장 개인도 큰 타격을 입었고, 마침내 17일 회장에서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에 이어 불운이 계속되는 것이다.

HDC 현대산업개발 안팎에서는 이런 불운의 한 원인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오래된 기업문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현대산업개발에는 초창기부터 현대건설에서 밀려난 임원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그렇지 않아도 거칠고 보수적인 건설업 기업문화, 체질이 정몽규 회장 체제하에서도 혁신되지 않고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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