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다...금번 사건 외면하는 회사 원망"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유족 측이 19일 김 처장이 생전에 작성한 편지를 공개했다.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김 처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故) 김문기 처장은 지난달 21일 오후 8시 30분경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앞으로 보내는 자필 편지를 남겼는데, 해당 편지는 변사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이 일시 확보했다가 이날 유족 측에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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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지난해 10월6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을 때 김 처장이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해당 편지에서 김 처장은 “너무나 억울하다”며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환수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 “그 결정 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나는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 BBJ(본부장)이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맞서며 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음을 말씀드리며 그들(민간사업자)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회사일로 조사받는 저에게 어떤 관심이나 법률 지원이 없는 회사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금번 사건을 마치 제 개인 일처럼 외면하는 회사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한편,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서에서 과도한 민간 수익을 제한하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직무대리와 김 처장의 공모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지난해 10월6일 김 처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서 피의자들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없어짐으로써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 개발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김 처장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한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해 수 차례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이 편지에 남긴 내용은 자신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삽입을 위해 노력했고,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 등의 지시를 받고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김 처장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삭제를 실제로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편지에서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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