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 진행할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으로 보여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당국은 북한이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에 즈음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목표하는 열병식 규모와 진행 상황 등을 볼 때 신형 ICBM을 발사 전 열병식을 통해 공개하며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 검토를 선언했다.  

당국에선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2월 4일∼2월 22일)과 겹쳐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전후에 열병식이 거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군과 당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초 당대회에서 '5대 과업' 중 하나로 꼽았던 고체로켓 신형 ICBM을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할 가능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언론에 "고체 ICBM을 개발했다면 이를 공개할 것"이라며 "과거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과정을 보면 자신들이 설계한 대로 모형을 만들고 이를 구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실제로 다 만들지 않았더라도 설계한 모형을 열병식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모형이라도 공개해 무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도 언론에 "북한으로서는 이런 ICBM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큰 압박을 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체 연료 미사일은 신속하고 은밀한 기습 타격이 가능하다. 액체 연료 미사일처럼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리지 않고 주입 뒤에도 장시간 대기할 필요가 없어 발사 준비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북한이 공개하거나 시험 발사한 ICBM은 모두 액체 연료 미사일이었다. 장 교수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고체로켓 모터를 꾸준히 대형화해 초대형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언론에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며 "대내적으로도 '국방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므로, 신형 전차나 장갑차 등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신형 무기체계가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최근 정치국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김정일·김일성 생일에 '경축행사'를 준비하겠다는 내용을 채택했다. 올해가 김정일 생일 80주년, 김일성 생일 110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오는 열병식에서 최대한의 대미 압박용 카드를 내세울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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