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주류들에게 자신을 더는 시험하지 말라는 강력 경고이기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2시간 넘게 회동한 직후 공천을 요구했다는 말만 밖으로 석연찮게 새어나와 일시에 사면초가 처지가 된 데 대해 "제 발로는 못 나가겠으니 윤핵관들이 차라리 출당시켜주면 마음이 편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3일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올라온 "어처구니 없는 경선 결과와 지금의 비리 대선 상황에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는 내용의 글에 "권영세 말대로 윤핵관들이 준동해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마음이 더 편할건데. 내 발로는 못 나가겠고"라고 답했다.

"충신과 간신도 구분 못 하는 당원이 참 밉다", "그들이 사기 치고 모욕한 건 민심"이라는 내용의 글에도 두 번이나 더 "차라리 출당이라도 시켜줬으면"이라도 적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지난 20일 오전 당 선대위 회의에서 전날 홍 의원이 윤 후보에게 공천자리를 달라 요구했다는 식으로"구태를 보인다면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며칠새 거의 모든 언론과 종편 패널, 그리고 보수유튜버들로부터 정권교체에 앞서 자기 사람 전략공천으로 심고 보겠다는 파렴치한 구태 정치인으로 내몰려 큰 타격을 입었다.

홍 의원을 당 안팎에서 일사불란하게 무너뜨린 데 대해 분을 삭힌 홍 의원 측근들은 펜앤드마이크에 "눈엣가시였던 홍준표 주저앉히기에 혈안이었는데 이번 일로 아무 조건없이 기어들어올 것 아니면 윤석열 정권에서 위협받을 줄 알라는 저들의 속내를 잘 알게 됐다"며 "역시 보수정당은 잘 되면 몇몇 주류들이 공을 독차지하고 잘 안되면 한 사람에게 독박 씌워 내쫓는 당이 맞는다"고 말했다. 또 "2시간 넘는 대화에서 이번 대선을 둘러싼 여러 의견 교환이 있었는데 재보궐 공천 부분은 당초 제시한 합류 명분도 아닌 아주 일부였다"며 "심지어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에 윤 후보가 홍 의원에게 먼저 공천 문제를 물어 의견을 밝힌 것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 의원이 공개적으로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마음이 편하겠다"고 밝힌 것에도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홍 의원은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 모두 최소한의 대통령 자격도 안 되는 후보들이라 여기는데 그래도 이재명 당선만큼은 막아야 하니 수십년 몸 담아온 당의 후보를 돕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돕는 정도에 있어 어느 정도여야 할 지를 놓고 수개월 고심했고 이 과정에서 너무 계산한다며 손가락질하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급부상에 홍 의원부터 급히 찾으려 했고 한 주 뒤 독대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안철수 후보가 끝내 완주할지 윤 후보와 어느 시점부터 단일화에 적극적일지, 아니면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창구도 열어둘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홍 의원이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 가운데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었다. 만약 당의 주류들에게 계속 쫓겨나는 지경으로 내몰리게 되면 홍 의원이 안 후보를 보다 편하게 돕는 입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후보가 윤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 여론조사 대결 구도에서 줄곧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거론된다. 4자(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구도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안 후보는 윤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 수 이상의 격차로 앞서기도 할 정도로 큰 우위세를 보인 바 있다. 

때문에 홍 의원이 '윤핵관들이 차라리 출당시켜주면 마음 편하겠다'고 적은 것에는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를 전혀 돕지 않을 명분, 나아가 안 후보와 윤 후보 가운데서 더욱 부담없이 역할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돼 속이 편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한편으론 당의 주류들에게 자신을 더는 시험하지 말라는 강력 경고이기도 하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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