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불과 한달도 남지않은 상황, 이재명 윤석열 양강 후보 중 누구도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지 못하는 초접전 양상이 지속되자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4일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여론조사 등에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이른바 ‘샤이(Shy) 이재명표’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후 민주당 백혜련 의원등 여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김씨의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캠프와 여권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이기는 결과가 거의 없는데 따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의 최대 무기는 “우리 후보가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이고, 최대의 적은 “아무래도 질 것 같다”는 패배의식이기 때문이다. 패배의식이 확산되면 확산세가 멈추고, 결집도가 떨어져서 끝내는 지지층의 투표율까지 떨어진다.

‘샤이 이재명표’의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어떤 여론조사를 막론하고 5% 포인트 이상 낮기 때문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윤석열 후보를 찍거나 기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이와관련,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진보 진영에서는 도덕성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흠결이 많은 후보를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하기 쉽지 않을 것”며 “샤이 이재명은 주로 친노·친문과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에 분포해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고 호남 지지율도 55~60%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아직 지지를 드러내지 않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 결국 이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서 마음을 감추는 ‘샤이 표심’은 지지 후보가 야당이거나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다른 비주류일 때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샤이 트럼프’ 현상이다. 2016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한 여론조사 기관이나 언론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는 야당 후보에다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미국 사회, 특히 언론에서 괴팍하고 비정상적인 사람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이재명 후보는 거대 여당 후보에 친여 매체들이 만든 이미지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2016년 트럼프와 달리,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다니면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50%를 넘는 상황에서도 이 후보가 윤 후보와 박빙 지지율을 이어 가는 것을 보면 ‘샤이 지지층’이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후보가 불리한 구도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하는 것은 지지층이 숨지 않고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주장은 오히려 이 후보가 흠결이 커 지지자들이 숨어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 전략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중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에서 ‘샤이표심’을 따진다면 정권교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서 맞서 떳떳하게 의견을 밝히지 못하는 문재인 국정지지도가 조사보다 좀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샤이 이재명’과 더불어 ‘샤이 윤석열’의 존재 여부도 관심거리다. 윤석열 후보에게도 샤이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최근 “이·윤 후보 모두 도덕적 결함 등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만큼 ‘샤이 이재명’과 ‘샤이 윤석열’ 모두 5%씩은 존재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근거로 “최근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과잉 의전 논란’이 거센대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여론분석가들은 이런 유형의 전형적인 ‘샤이 윤석열’ 보다 정권교체는 열망하지만 윤석열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을 꼽고 있다.

여의도연구소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런 표심이 대표적인 친박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가 보여주는 1%에 살짝 못미치는 지지율 보다 두세배 가량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1% 득표는 약 32만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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