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를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는 지금 민주당이 총공세를 벌이듯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한 승부수가 아니라 자신의 퇴임 후 안전을 스스로 흔든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 당선 후 문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분노 표시와 더불어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그동안의 ‘표면적 중립’ 태도를 버리고 이번 대선판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대선개입이 아니라 허위사실에 대해 바로잡고 사과를 받으려는 것”(박수현 대변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원칙론에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내려는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다.

현행 헌법에 의한 대선이 시작된 1987년 이래 현직 대통령은 거의 모든 대선판에서 ‘동네북’신세였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후보들까지 현직 대통령의 재임중 정책은 비판대상이 됐고,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공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과 청와대가 여야 후보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선거결과에 좌우되지 않고 퇴임후 안전을 도모하려는 고려가 작용했다.

발단이 된 지난 7일 윤석열 후보와 중앙일보간 인터뷰 내용 또한 객관적 허위사실이 아니라 청와대의 주장에 불과하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대답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앞에 놓고 “이러저러한 사안에 대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수사를 안할 것이냐”고 질문을 한다고 해도 그가 검사인 한 무조건 안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 후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와 역공은 대선판을 겨냥한 일종의 노림수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노림수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이기는 하지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다.

이와관련, 다수의 정치분석가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대선판처럼, 현직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형편없이 낮다면, 나서봤자 도움은 커녕 감표 요인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재명 후보는 각종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 보다 평균 5%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지율을 이재명 후보에게 밀어주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이재명 후보에게 가지 않은 친여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진영대결 구도를 명확하게 만들어서 사전투표에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액션’이 독자적 행동이 아니라, 이재명 캠프 내지 민주당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으로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노림수가 아니라 정반대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는 이번에 불거진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와 관련, ‘정치보복’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것이 지금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롯한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일로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가 윤석열 후보의 공약으로 굳어지고 퇴임 후 대대적인 수사가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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