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 정부의 단시간 공공일자리에 의존했기 때문"
"머릿수 세기 방식 아닌 전일제 환산으로 보면 고용 침체 심각"
"경제 발전 과정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커지면 전일제 환산 통계 도입해야"

통계청 통계상 작년 취업자 수가 2017년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가 1명으로 잡히는 한계를 보완한 방식으로 살펴본 결과,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경제학과 박기성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용 상황은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 동향'에 나타난 것보다 질적으로 훨씬 열악해졌다.

전일제 환산 방식은 한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 주 20시간 일한 사람을 0.5명, 주 60시간 일한 사람을 1.5명으로 계산하는 지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한 통계다.

코로나19 이후 2년 간의 고용 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통계청 취업자 수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 괴리가 크다.

2021년 통계청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를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 시 취업자수는 오히려 4.0%(109.3만명) 감소했다.

박 교수는 "재정·금융당국은 통계청 고용 통계를 근거로 국내 경제 상황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판단했다"며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와 통계청 고용통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서는 FTE 고용통계를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과거에는 정책적 이유로, 이후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급격히 악화돼 왔다"며 "아직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분야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1년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47만명으로 2017년 대비 20.0%(86.7만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폭(△44.2만명, △11.6%)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19.0%(51.8만명),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8.3%(19.0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은 2019년 이전까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금근로자 고용에 큰 타격이 있었다. 2019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업계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존 통계에 비해 실제 고용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021년 455.5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11.3%(58.1만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19.8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의 타격이 통계 대비 약 3배 가량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며,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 수가 31.9% 늘어났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임시·일용직 등 취약 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제 환산 기준 취업자는 일용직, 임시직,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각각 26.5%, 25.8%, 23.6%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40 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지난 4년간 193.7만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년간 30대는 13.5%(82.6만명), 40대는 14.7%(111.1만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감소율의 2배가 넘는 수치다.

3040세대의 고용충격은 전일제 환산 고용률에서도 두드러졌다. 40대의 경우, 2021년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78.7%로 2017년에 비해 9.5%p나 하락했다. 하락폭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컸다. 30대 역시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2021년 76.0%로 2017년에 비해 5.9%p나 하락했다.

반면 통계청 방식으로는 같은 기간 40대 고용률 하락폭은 2.1%p에 그쳤다. 30대는 고용률 하락이 없었던 것으로 측정됐다.

이에 대해 박기성 교수는 "통계에 드러나지 않았던 3040세대의 고용총량 축소가 전일제 환산 방식을 통해 측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제공 정책이 집중됐던 고령층의 경우도 통계청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의 차이가 컸다.

통계청 통계상 60세 이상 취업자는 2021년 540.6만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32.2%(131.6만명) 증가했지만,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2021년 취업자가 467.4만명으로 집계돼 2017년 대비 17.9%(70.9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기존 '머릿수 방식' 고용통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OECD는 전일제 환산 방식의 고용통계를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이같은 통계가 없다.

박 교수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커지면서 머릿수 세기 방식의 통계청 고용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며 "전일제 환산(FTE) 고용 통계의 공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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