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14일 첫 동영상 이래 구독자 69만명에 달하는 거대 채널로

“안녕하세요, 정규재입니다.”

지난 2012년 ‘정규재TV’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펜앤드마이크가 14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구독자 69만7000명, 누적 조회수 5억2000만건, 누적 시청시간 1억2000만건—그 시작은 미미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양·보도 전문 매체가 된 펜앤드마이크가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나마 되돌아봤다.

장면#1. ’정규재TV’, 유튜브 시장을 개척하다

펜앤드마이크의 전신(前身) ‘정규재TV’가 개설돼 처음 영상이 게재된 것은 2012년 2월14일. 〈정규재 TV 오픈 인사〉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당시 한국경제신문 논설실 논설위원을 맡고 있던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고문은 “이번에 논설실에서 논설위원들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려고 한다”며 “신문 지면을 통해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지만, 특별히 방송이라는 형태를 통해 또 하나의 소통·교류·공부의 장(場)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가 우리 사회와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갉아먹거나 하는 일들이 조직적으로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재TV’ 개설 당시 처음 구입한 중고 비디오카메라. 2022. 12. 14. / 사진=박순종 기자
‘정규재TV’ 개설 당시 처음 구입한 중고 비디오카메라. 2022. 12. 14. / 사진=박순종 기자

그러면서 정 고문은 “소위 ‘선의’(善意)에 의해 포장된 정치적 슬로건들이 시장경제 원리를 침탈하고 시장경제는 마치 가진 자의 것인 것처럼 오도된 선전이 횡행하는 상황이어서, 그날그날 발생하는 현실의 경제적 사안들, 또는 정치의 흐름에 대해 보다 제대로 된 뉴스와 해설을 들려 드려야겠다는 목적으로 조그마한 방송국을 개국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 고문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나왔는데, 언론들이 활용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평소 피동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경제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가하는 시험인 ‘한경태셋(TESAT)’과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술 전문 매체 ‘생글생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연속선상에서 신규 사업 영역으로 진출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는 스트리밍 및 라이브 방송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미디어(SNS)가 보편화돼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정규재TV’가 첫 발을 내딛던 2012년은 블로그(blog) 등의 기성 플랫폼에서 유튜브 등 신생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해당해, 당시로서는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였다.

또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에서 정 고문이 속해 있던 한경미디어그룹이 탈락한 상황에서 방송에 대한 정 고문 개인의 관심과 열정도 ‘정규재TV’ 개설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정 고문은 밝혔다.

장면#2. 박근혜 정부 시절 거치며 대표적 ‘보수 채널’로 성장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한국경제신문의 논설실 구성원들이 관계한 채널이었던 만큼, ‘정규재TV’는 대표적인 우파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특히 간판인 정규재 당시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종합편성채널과 공중파 방송의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식과 논리로 토론 상대방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국 정치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이다. 재적 300명 중 234명이 소추안에 찬성했다. 

이어서 박근혜 정부 시기를 통틀어 ‘정규재TV’가 가장 주목을 받은 때가 왔다. 2017년 1월25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정지 상태에 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정 고문이 단독 인터뷰한 것이다. 1시간에 걸친 정 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이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기성 매체들 대다수가 자신을 적대시했고, 기성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할 경우 자신의 본디 발언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임의로 조작될 것을 우려해, ‘정규재TV’를 상대 채널로 선택했다고 한다.

장면#3. 박근혜 대통령 단독 인터뷰와 펜앤드마이크의 창립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인터뷰한 데 대한 후폭풍은 매우 거셌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당시 민심은 박 대통령은 소위 ‘비선 실세’에게 좌우당한 무능력한 정치가로 못박았다. 정규재 당시 논설실장의 인터뷰로 한국경제신문 역시 상당한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정 고문은 신문사를 나오게 됐다. 이와 함께 ‘정규재TV’도 한국경제신문에서 떨어져나와 ‘정규재 1인 주주’ 체제로 한동안 운영되다가 2017년 11월 (주)펜앤드마이크로 흡수됐다.

‘펜앤드마이크TV’로 개편된 ‘정규재TV’의 2018년 9월 기준 구독자 수는 25만명. ‘펜앤드마이크TV’는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19년말경 구독자 수가 36만명에 달했고, 2022년 2월14일 현재 69만7000명에 이르는 거대 채널로 성장했다.

지난해 4월 실시된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앞두고 펜앤드마이크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정규재 고문은 “펜앤드마이크가 앞으로도 정치 집단과 진영 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진실과 사실에 입각한 매체로 남아주면서 교양 전문 채널로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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