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대가족 제도'를 '보전해야 할 전통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헝가리 정의 가족 정책에 헝가리인들이 전폭 지지하고 있는데, 국제 좌파들의 선거 개입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내달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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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청년층의 결혼, 출산 포기와 인구 절벽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구 감소를 외국인 수용으로 극복해 보고자 하는 나라도 많다. 하지만 국내 인구 감소를 이주 외국인, 그것도 문화 가치관이 다른 민족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민족 소멸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이런 점에서 모범이 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부 유럽의 소국(小國) 헝가리다. 헝가리는 면적 9만3030제콥킬로미터(㎢)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973만명에 불과하다. 내륙 국가로, 문화 언어적으로는 ‘섬나라’다. 인접한 동구권 국가들이 슬라브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에 반해 헝가리는 우랄·알타이어 계통의 마자르어(語)를 사용한다. 영어에 전치사가 있는 것과는 달리 ‘후치사’가 있는 독특한 언어다. 헝가리에는 가족·청소년부라는 중앙 정부 기관이 있다. 한국의 여성가족부는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 젠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바람에 원성이 자자하지만 헝가리의 가족·청소년부는 헝가리의 민족 소멸을 막기 위해 성공적으로 결혼, 출산 장려정책을 시행해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

세 아이의 어머니로 헝가리 가족·청소년부 장관을 맡고 있는 카탈린 노박은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국가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국가의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는 반대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경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헝가리는 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보다는 자국민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헝가리는 세 자녀만 낳으면 대학생 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금을 탕감해 준다. 네 자녀를 낳은 근로 여성에게는 평생 근로소득세를 면제해준다. 또, 다가녀 가구가 7인승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차량 구매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차량 구매 보조금 덕분에 헝가리에서는 자동차 판매량이 폭증해 내수 진작 효과도 톡톡히 거뒀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이가 국가의 미래라는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는 헝가리에서는 이제 3자녀, 4자녀는 흔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공짜 돈’처럼 마구 뿌리지는 않는다. 젊은 층이 쉽게 자립할 수 있도록 25세 이하 남녀로부터는 근로소득세를 징수하지 않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금전 지원은 무이자 대출이다. 또 국가 보조금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계층에만 돌아가도록 했다. 이같은 헝가리의 가족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모든 인구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결혼율도 10년전에 비해 두배나 상승했다. 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헝가리는 ‘대가족 제도’를 ‘보전해야 할 전통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정부는 가족의 해체가 민족국가 해체로 이어진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민족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가족정책과 이민, 국경정책은 헝가리 국가정책의 양대축이다.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은 글로벌리즘, 리버럴리즘, 국경개방으로 헝가리를 해체하려 하고 있는 세계적 금융거두 조지 소로스와 최후의 일전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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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체 ‘폭스뉴스’가 제작한 미니 다큐멘터리 〈헝가리 대 소로스: 문명을 향한 싸움〉(Hungary vs. Soros: the fight for civilzation).(캡처=폭스)

미국 매체인 ‘폭스뉴스’의 앵커 터커 칼슨이 헝가리에서 제작해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방송된 미니 다큐멘터리 〈헝가리 대(對) 소로스〉(Hungary vs. Soros)는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터커 칼슨은 다큐에서 조지 소로스가 오랫동안 거액을 퍼부어 구축한 비정부기구(NGO) ‘오픈소사이어티’를 통해 세계 각국, 특히 유럽에서 정치, 사회, 인구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소사이어티’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족의 국경을 허물어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축출하고 사상적으로 같은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터커 칼슨은 전했다.

터커 칼슨은 조지 소로스가 유럽과 미국에 거액의 자금을 뿌려 난민들을 받아들이도록 시도했지만 그게 통하지 않았던 나라가 바로 조지 소로스가 태어난 헝가리라고 전했다. 중동부 유럽의 내륙국가 헝가리는 지형이 평원이어서 800년동안 끊임없이 외침을 받았다. 헝가리는 오스만 투르크,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마자르족 원래의 영역으로 축소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해 40년동안 공산주의의 통치를 받은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경험한 헝가리인들은 외세의 지배를 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외세의 형태가 ‘군대’와 같은 물리력이 아닌 소로스의 ‘NGO’라는 것을 헝가리 국민은 깨닫고 있다. 오르반 총리의 피데스당은 일찌감치 소로스의 NGO가 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존재임을 파악하고 지난 2018년 소위 ‘소로스 퇴출법’을 통과시켰다. 2015년 유럽에서 난민 사태가 발생하자 소로스는 NGO의 자금을 동원해 외국인 혐오에 대항하고 각국 정치권을 난민 우호적으로 바꾸라는 지침을 내렸다. 최근 퇴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재임 중 난민을 가련히 여기고 이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자고 주장했고 유럽 각국이 할당된 난민을 받아들이게 된 데에도 소로스의 로비가 있었다.

이 때 빅토르 오르반은 결연히 난민을 거부하고 국경에 철조망을 구축했다. ‘이주자는 피난민이 아니라 침략자’라는게 오르반의 소신이었다. 오르반이 난민을 거부하자 소로스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CNN, 가디언, MSNBC 등을 동원해 헝가리의 오르반을 맹공격했다. 페테르 시자르토 헝가리 외교부장은 조지 소로스가 빅토르 오르반을 광인(狂人)이라 칭하고, 헝가리를 마피아 국가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터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직 유럽연합(EU) 관리였던 로드리고 발레스터는 오르반의 정책이 EU 집행부가 뜻하는 바와는 반대 방향에 있어서 그에 대한 인신 공격도 많다고 지적했다. 로드리고는 주류 매체들이 헝가리를 북한 같은 나라, 오르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언론인을 체포하는 무자비한 독재자라고 비난하지만, 자기가 알기로 언론인 체포는 한 건도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터커 칼슨은 오는 4월 헝가리 대선은 헝가리와 소로스, 민족주의와 글로벌리즘의 한판 승부라고 결론지었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의 국경, 가족 정책에 헝가리인들이 전폭 지지하고 있다면서 국제 좌파들의 선거개입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최선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언론인인 터커 칼슨은 소로스를 격퇴하기 위해 오르반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헝가리인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지의 기준은 누가 조국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고 앞으로 살아갈 이들을 위해 누가 싸우는지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헝가리 정국은 내달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누구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앞으로 우리 자녀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줘야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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