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우세종화된 해외 각국에서는 ‘코로나19를 더 이상 치명적인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겠다’며,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비롯한 방역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간 꽁꽁 닫았던 국경까지 활짝 열면서 여행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강도 높은 봉쇄령 내렸던 호주 정부, 전면적 정책 변화 결정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의 강도 높은 봉쇄정책을 펴왔던 호주마저 문호를 개방했다. 오는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의 호주 입국이 가능해진다. 2020년 3월에 국경을 닫은 지 거의 2년 만이다.

호주는 고강도의 봉쇄렬을 해제하고 오는 21일부터 해외 여행객을 맞이한다. [사진=KBS 뉴스 캡처]
호주는 고강도의 봉쇄령을 해제하고 오는 21일부터 해외 여행객을 맞이한다. [사진=KBS 뉴스 캡처]

방역 상황이 나빴던 지난 1년간 해외에 있는 자국민의 입국까지 막았던 호주의 전면적 정책 변화에 주목된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뉴질랜드나 싱가포르, 일본이나 한국이나, 또 학생이거나 배낭여행객, 경제적 이민자 누구든 호주 입국이 원칙적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중순만 해도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호주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15만명에 달했다. 10만명 정도의 확진자가 유지되던 기간이 1주일 이상 계속됐다. 당시 위중증 환자의 비율은 약 400명 정도로 알려졌다.

호주도 영국 이어서 코로나 종식 선언 가능성...오미크론 확산 정점을 앞당겨야

지난 17일 TBS 코로나 특보에 출연한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당시 호주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확진자 규모와 위중증 환자 규모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도 현재 의료 체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호주에서는) 2만 8천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정점을 찍고 완연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대로라면 호주도 영국을 따라서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6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한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호주의 방역정책 완화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16일 TBS 코로나특보에 출연한 강양구 과학전문 기자는 호주의 방역정책 완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강 기자의 발언에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자국민에게도 국경을 봉쇄했던 호주이지만, 어쨌든 오미크론은 전파가 됐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완전한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설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오미크론 상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율이 낮고, 기절질환이 낮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는 3가지 이유에서다.

따라서 지금보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해도 사정이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언론에서 부추기고 있는 공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어 설 교수는 다음달 방역정책을 해제하고 일상으로 회복하겠다고 선언한 대만을 언급했다.

대만 역시 호주 못지않게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던 나라이지만, ‘정부는 생계와 경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일상으로 회복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방역에 몰입하는 것보다는 방역 이외의 것에 몰입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이익이 크다는 입장이 확실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헸다.

그러면서 설 교수는 “대만의 정부 당국자는 (오미크론에 대해) 확신이 생긴 거다”라며 “전 세계가 거의 대부분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우리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만 뒤떨어질 경우에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설 교수는 오미크론을 먼저 경험한 세계 각국에서는 가파르게 나빠졌다가 가파르게 좋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길고 완만하게 가게 된다면 무역을 비롯한 여러 가지 면에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규모가 커서 세계 각국과의 교역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전부 개방하는 국면에서 우리만 꽁꽁 싸매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빗장’ 여는 중

실제로 세계 주요국가들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꽁꽁 닫았던 국경을 활짝 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7일간의 자가격리 조치를 유지 중이다. 입국 시 백신 접종 완료자는 물론, 미접종자에 적용한 격리 및 코로나19 검사 조치를 없애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조만간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각국에선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 완화는 물론,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백신 패스를 폐지하는 분위기이다. 여행객의 움직임은 한결 자유로워졌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만 적용했던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 요건 폐지 조치’를 확대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녹색 분류 국가의 여행객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 없이 PCR 또는 항원검사 음성 결과서를 제출하면, 검사와 자가격리에서 면제된다. 다만, 입국 시 항원검사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영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백신 패스를 없앤 데 이어, 백신 접종 완료자(2회 이상)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나 자가격리를 해제했다. 백신 미접종자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입국 전 검사와 입국 후 2일 내 PCR 검사는 받아야 한다.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도 여행객 맞이 채비 중...한국만 ‘7일 간 자가격리’ 일괄 적용

태국은 이달 초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제도'(Test & go)를 재개했다사진은 방콕 수완나품 공항 입국장. [사진=연합뉴스]
태국은 이달 초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제도'(Test & go)를 재개했다. 사진은 방콕 수완나품 공항 입국장. [사진=연합뉴스]

필리핀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도 국경을 열기 시작했다. 필리핀은 지난 10일부터 외국인 여행객을 맞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무비자 국가 여행객은 백신예방접종증명서, PCR 음성 확인서, 출발·도착 왕복항공권, 최소 6개월 이상 유효한 여권, 여행자 보험(코로나19 치료 비용 포함) 등을 제시하면 입국 시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태국은 이달 초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제도'(Test & go)를 재개했다. 입국 전에 4가지 구비서류(여권 사본, 접종 완료 증명서, 호텔 예약증(2박), 여행자보험증)를 타일랜드패스에 등록한 후 QR코드를 발급 받으면, 태국 입국 시 격리 면제된다. 단, 입국 당일 호텔 도착 전 1회 PCR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 시 호텔에서 대기해야 한다. 5일 이상 체류 시엔 2차 검사도 받아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오는 3월 1일부터 출발 전과 도착 시 진행한 코로나19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별도의 격리 없이 입국을 허용한다. 베트남의 경우 국경 개방 시기를 당초 4월에서 3월로 한 달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행업계에서는 동남아보다 국경 해제가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높다. 한 관계자는 “동남아에서조차도 국경을 개방하고 자가격리를 면제하는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7일간 자가격리를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세계로 나아가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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