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0일 막을 내렸다. 미국, 영국 등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면서 시작했던 동계올림픽은 그 과정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초반에 쇼트트랙경기에서 중국의 편파적인 판정들로 인해, 중국의 ‘텃세’에 대해서 세계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쇼트트랙에서 한국선수들과 헝가리 선수가 편파판정으로 실격이 되고, 모두 중국선수들이 대신 금메달을 받았다. 이와 관련, 한국 내에서 불만이 높아졌고, 미국의 CNN, 영국의 BBC 등 세계의 유수 언론들도 이러한 편파적인 판정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측은 2월 9일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올림픽 전체를 비판하고 반중(反中)정서를 선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중정서를 선동한다”는 언급 내용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며, 양국관계의 우호를 증진시켜야 할 주재국 내 중국대사관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이다.

판정 시비뿐 아니라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유난스레 잡음이 많았다. 쇼트트랙과 스키점프 등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헝가리, 노르웨이 등 6개국이 강력 항의했다. 그리고 2월 5일 시진핑 주석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정상급 외빈을 위해 마련한 리셉션의 의전 논란이 있었다. 마치 황제와 조공 사절의 접견을 연상케 하는 듯한 리셉션 좌석 배치는 중화권 내에서조차 비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다. 초반부터 여러 논란과 불상사가 겹치면서 베이징올림픽은 사상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베이징올림픽에서의 현상은 그간 중국이 보여주었던 공세적 외교와 거칠음을 또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에 들어서 여타 국가들을 배려하지 않는 거칠은 외교를 구사해서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간의 중국의 거친 얼굴들을 보기로 하자.

동북공정사업을 통해 한국역사의 중요한 부분인 고구려의 역사를 빼앗아 가려하는 중국,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으나 ‘중국 발원론’과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하는 중국, 남중국해가 중국의 해안선과 만나는 부분이 5분의 1밖에 되지 않으나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 일대일로사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국가들에게 영향력을 무리하게 확대하려는 중국, 국제사회에서 자국과 상충하는 국가들에 대해서 서슴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전랑외교를 구사하는 중국, 대만에 대해 무력공격을 할 수 있다는 중국, 경제를 외교무기로 서슴치 않고 사용하는 중국, 애국주의로 무장하여 반중국 의견이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집단테러를 감행하여 해외 웹사이트를 공격해 초토화시켜는 ‘소분홍(小粉紅)’(중국의 분노한 청년)을 가진 중국의 얼굴들이 있다.

이는 세계인의 중국 혐오와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비호감 나라’가 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6∼8월 한국과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14개국 설문조사를 했다. 여기에서 열에서 일곱 명 꼴(73%)로 ‘중국은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또한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평판조사를 한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 스인홍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2020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자신의 조치를 옹호하는) 중국의 체제선전전은 세계 각국의 반감만을 불러왔다”고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최근에 중국에 대한 세계적인 여론이 악화된 것은 중국의 공공외교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초에 중국정부가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결과는 오히려 거꾸로 나타난 것이다.

공공외교는 문화와 매력 등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이용하여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외교이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의 조셉 나이(Joseph Nye)가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원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정의한 이후, 2000년 대 초부터 부각되었다. 중국의 공공외교에 대한 관심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지난 20년 간 상당히 높아졌다. 중국 공공외교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첫째,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외국에서 나오고 있는 ‘중국위협론’을 불식한다. 둘째, 역사적으로 ‘중국인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관념을 세계에 확립한다. 셋째, 중국이 ‘중심 국가(Middle Kingdom)’로서, 주변국들로부터 중국의 문화적·정치적 우월성을 인정받고 존경받는 국가로 자리 매김한다. 요약하면, 중국 공공외교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중국문화는 매력이 있고 중국의 의도는 선하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공공외교를 위해 많은 수사(rhetoric)들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것으로 ‘평화적 발전’, ‘조화세계’, ‘인류운명공동체’, ‘이웃과 잘 지내고, 이웃을 동반자로 삼는다’, ‘친(親), 성(誠), 혜(惠), 용(容)’의 주변외교이념, 워싱턴콘센서스와 대립되는 베이징콘센선스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면 중국의 공공외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세계여론이 거꾸로 악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소위 ‘공공외교’는 상호간의 의사소통과 상대방의 공감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일방적인 선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이 보여주는 행동이 중국이 발신하는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수사와 다르고 심지어 역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의 행동은 왜 그들의 수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가?

첫째, 시진핑 체제의 경직성이다. 시진핑은 과거 마오쩌둥의 독재체제로 회귀하면서, 자신의 권력 강화를 위하여 국내에서의 정치적 안정성과 정당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강한 지도자상을 통해 국내적으로 자신의 권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당초 중국 선수단은 이번 베이징올림픽 출정식에서 “지도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걸자”는 구호를 외쳤다.

둘째, 중국은 부상하면서 ‘중화제국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바로 이 부활을 빨리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조바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화주의의 관념에서 언제나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심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나타나고 있다. 셋째, 근대에 중국이 150여 년간의 굴욕을 당한 것에 대한 보상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자신의 부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칙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외국에 대한 중국의 거칠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는 중국이 강대국이 됨에 따라 평화로우며 다른 국가들을 더 배려하고 세계 표준의 룰을 지키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러할 때만이 세계가 평화롭게 될 것이며, 중국이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는 진정한 강대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인 아이켄베리(John Ikenberry)는 2차 대전 이후 초강대국인 미국이 안정된 국제질서를 이끌어 왔던 것은, 미국이 여타 국가들에 대해 자신의 힘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고 제도를 통해 ‘책임과 자제’를 보이면서 ‘전략적 자제’를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당초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어떠한 성격의 강대국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그간의 논의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이웃국가들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패도적 패권’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국가와의 타협과 합의를 중시하는 ‘왕도적 패권’을 추구할 것인지 이었다. 하지만 2010년경 세계에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확고해진 이후, 중국의 수사와 외교행태는 ‘패도적 패권’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이웃국가들은 중국이 아직도 ‘말과 행동이 다른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수사와 외교행태가 이웃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웃국가들은 이 해석에 따라서 중국에 대응할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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