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단계적 제재에 착수한 미국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에 대한 제재를 추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나는 오늘 '노르트 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들에 대해 제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가스에서 벗어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하라는 엄청난 동기를 전 세계에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가 분명히 했듯이, 러시아가 계속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우리는 추가 조치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노르트 스트림-2 AG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건설을 주관한 스위스 소재 기업이다. 가즈프롬이 이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한 만큼 노르트 스트림-2 AG에 대한 제재는 결국 모회사인 가즈프롬을 겨냥해 타격을 가한 셈이다.

이번 제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고 자국 군대의 진입을 명령하자 미국이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면서 경제 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노르트 스트림-2 건설 비용은 가즈프롬과 유럽 기업들이 절반씩 댔지만, 소유권은 가즈프롬이 가지고 있다.

공사에는 110억 달러(약 13조 원 상당)가 소요됐는데, 그중 절반을 영국·네덜란드 합작사 셸, 오스트리아 석유회사 OMV, 프랑스 에너지 회사 엔지(Engie),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Uniper)와 빈터샬(Wintershall) 등이 부담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5월 노르트 스트림-2 건설과 관련된 러시아 선박과 기업 등 일부를 제재하면서도 정작 핵심인 노르트 스트림-2 AG와 이 기업의 CEO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 이유를 들어 제재를 면제했다.

이는 새 정부 출범 뒤 동맹 규합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가 노르트 스트림-2 운용을 고집해온 독일과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독일이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하면서 대러 제재에 동참하자 미국으로선 이 가스관 건설 주관사인 노르트 스트림-2 AG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 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한 당국자는 독일이 가스관 승인 중단을 발표한 직후 작년에 취했던 노르트 스트림-2 AG에 대한 제재 면제 철회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독일의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승인 중단 발표를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긴밀한 파트너십과 지속적인 헌신을 해 준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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