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가 지난 23일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안팎은 물론 윤 캠프 내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었다.

선거를 열흘여 남긴 급박한 시점에, 목포에서 전남 신안군 하의도까지 배로 두시간, 이래저래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유세일정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수시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영화 ‘변호인’을 보고 한참을 울더라는 부인 김건희씨의 이야기, 제주도 유세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짓기도 했다.

내로남불 민주당의 패악질을 비판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던 윤 후보는 하의도를 찾아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국정치, 특히 대선역사에는 감출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호남표 불변’이다.

민주당과 대결한 반대편 보수정당의 후보가 호남에서 1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직전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광주 1.5%, 전남 2.4%, 전북 3.3%를 득표했다.

대선사상 가장 많은 표 차이가 났던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광주 7.8%, 전남 9.2%, 전북 9.0%에 그쳤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후광’으로 광주 7.8%, 전남 10.0%. 전북 13.2%를 득표했지만 전체 호남 득표율은 10% 미만이었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겼을 때는 ‘호남표 불변’의 원칙위에 영남표가 효자노릇을 했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부산 29.9%, 경남 27.1%를 비롯, 대구 경북에서 18.7%, 21.7%를 득표했고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부산 38.7%, 경남 36.7%, 대구 경북이 21.8%와 21.7%였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가 배를 타고 하의도까지 방문한 것은 한동안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그의 지지율이 30%에 육박하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에 따른 기대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윤석열 후보간 지지율이 초박빙이 된 최근 며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호남지지율은 다시 예전과 같은 10%대로 수렴하고 있다.

역대 대선사상 가장 치열했던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구 경북에서 ‘80%이상 투표, 80%이상 득표’라는 ‘8·8 전략’이 통했기 때문에 서울 등 수도권의 열세를 극복하고 문재인 후보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

현재와 같은 초박빙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가 집중해야 할 지역은 호남이 아니라, 대구 경북 등 영남이라는 것이 역대 대선의 교훈인 셈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가 호남에 가서 국민통합을 외친 것은 그 무렵, 여론조사의 트렌드, 즉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것에 고무된 ‘승자 코스프레’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의 시작은 민주주의나 공정, 정의, 평등, 국민통합 같은 대의명분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선거는 전쟁일 뿐이다.

국민통합은 선거에 이긴 뒤 대통령으로서 본인이 그렇게 하면된다. 선거에서 진 2등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