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 씨가 최근 문제의 태블릿PC를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검찰은 “최 씨는 해당 태블릿PC의 소유주가 아니며, 해당 태블릿PC를 전속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없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 맞고 그걸 통해서 최 씨가 국정에 관여해 왔다고 주장해 온 이들이 이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무시무시한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온 것 아닐까?

“고영태 씨는 ‘평소 이 태블릿PC를 늘 들고다니고, 그걸 통해서 그 연설문이 담긴 파일을 수정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2016년 10월19일JTBC 뉴스룸, 심수미 기자)

5년 전, JTBC의 소위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의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순식간에 민간인이자 ‘무식한 아줌마’ 최순실(본명 최서원)에게 국정(國政)을 맡겨버리고, 최순실은 그걸 통해 막후에서 사적 이익을 취하는 데에 열심이었다는 인식이 삽시간에 퍼졌다. 광화문에 모인 ‘촛불’은 이같은 인식 속에서 불타오른 국민의 분노를 먹고 활활 타올라 결국 박근혜를 집어삼켜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사건의 중심에는 ‘최순실 태블릿PC’가 있다. ‘최순실 태블릿PC’야말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 씨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물증’이었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소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는 구체화되기 어려웠을 것이고 ‘촛불’은 과연 선출권력인 박근혜를 성공적으로 고꾸라뜨릴 수 없었을 것이며, 이후의 정치 현실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최순실 태블릿PC’와 관련한 모든 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면 어떨까?

‘최순실 태블릿PC’의 진실을 파헤쳐온 언론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은 그의 신간 《변희재의 태블릿, 반격의 서막》에서 지난 2016년의 박근혜 대통령탄핵 사건을 언론과 검찰,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과, 당시 박근혜 청와대 내부의 모반(謀反) 세력이 함께 벌인 ‘반란 사건’으로 규정한다.

저자인 변희재 대표고문은 탄핵 정국 당시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와 관련해 ‘보도 조작’ 가능성을 지적하고 최서원이 아니라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김한수 씨가 문제의 태블릿PC의 실제 사용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이를 서적으로 출판한 혐의 등으로 옥고를 치른 인물이다.

지난해 2월 출간된 옥중 수기 《변희재의 태블릿 사용 설명서: 조작과 거짓을 양산한 공범들 세상》에 이어 ‘최순실 태블릿PC’와 관련해 그가 두 번째로 출간한 이번 신간에는 앞선 책에서 다루지 못한 ‘증거’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바로 ‘최순실 태블릿PC’가 수사기관에 의해 조작됐다는 ‘증거’다.

혹자는 변 대표고문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 근거가 매우 구체적이다. 저자의 주요 주장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태블릿PC의 최초 습득 장소는 독일(심수미)인가, 서울(김필준·조택수)인가

‘최순실 태블릿PC’와 관련해 지난 2017년 ‘제14회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한 JTBC의 심수미 기자는 관련 재판에서 2016년 10월26일 문제의 태블릿PC를 획득한 장소가 독일이고 현지 취재 중인 JTBC 취재진(심수미)이 한국으로 보내왔다고 발표한 노승권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차장검사와 자신이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법정 증언을 했다.

하지만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JTBC의 손용석 기자는 당시 노승권 차장검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심수미 기자가 아니고 조택수 기자(2016년 10월24일 문제의 태블릿PC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돼 있는 인물)가 맞는다고 증언했다. 이로써 심 기자의 위증이 확정됐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무사하다.

문재의 태블릿PC의 입수 경위는 현재 공식적으로 2016년 10월19일 JTBC 소속 김필준 기자가 서울 강남구에 있던 최서원 씨의 회사 더블루케이의 사무실에서 최초 발견했는데 김 기자는 2016년 10월20일 그 태블릿PC를 회사로 가져왔고, 2016년 10월24일 같은 회사의 조택수 기자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임의 제출해 검찰이 2016년 10월28일 압수조서를 작성하게 된 것으로 정리돼 있다.

태블릿PC가 처음 발견된 곳은 독일인가, 서울인가?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찾았다는 김필준 기자의 주장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태블릿PC 존재 몰랐다던 청와대 행정관 김한수의 앞뒤 안 맞는 주장

청와대 행정관 김한수 씨의 주장도 이상하다. 김 씨는 애초 최서원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2012년 6월 문제의 태블릿PC를 자신이 개통한 것은 맞지만 태블릿PC를 개통하고서 바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보좌관인 이춘상 씨에게 해당 태블릿PC를 넘긴 후 행방을 모르고 있다가 2016년 10월 JTBC의 보도를 보고서야 문제의 태블릿PC가 최서원에게 넘어간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요금 납부도 자신이 한 것이 맞지만, 자동이체 설정이 돼 있어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12년 11월27일 요금 미납으로 3개월 간 정지 상태였던 문제의 태블릿PC 사용 요금 37만5460원을 김 씨 스스로가 ARS 결제를 통해 납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춘상 보좌관에게 태블릿PC를 전달한 후 까맣게 있고 있었다는 주장을 전면적으로 뒤엎는 물증이 나온 것이다. ‘자동이체’ 주장과 관련해서도 계약서상에 드러난 카드로는 ‘자동이체’가 설정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밀봉돼 보관 중이던 태블릿PC가 저절로 켜졌다고?

문제의 태블릿PC에 대해서는, 2016년 10월25일 검찰에서 한번, 2017년 11월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한번, 총 두 차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두 기관에서 실시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의 헤시값이 달라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헤시값’이란 일종의 ‘디지털 지문’으로서, 내부 정보의 수정·삭제 등이 발생했을 때 그 값이 바뀐다. 즉, 검찰이 보관하고 있던 기간 중 누군가가 ‘최순실 태블릿PC’에 손을 대 그 안에 있는 정보를 만졌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물리적 충돌 등에 의해 우연히 전원이 켜졌을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밀봉돼 저장 중인 전자기기가 우연히 켜졌고, 우연히 켜졌는데 마침 태블릿PC 내부의 정보에 수정과 삭제가 저절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누가 믿을까?

◆‘L자(字) 잠금패턴’의 진실

태블릿PC를 최초 습득한 것으로 돼 있는 JTBC 김필준 기자는 자신의 전자기기 잠금패턴(암호)이 ‘L자’(전자기기 숫자 키패드 1-4-7-8-9를 한 줄로 이은 모양)여서 그걸 습득한 태블릿PC에 적용해 봤더니 잠금이 해제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박영수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팀도 2017년 1월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서원의 조카 장시호 씨가 임의 제출해 압수한 최 씨의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L자 잠금패턴’이 확인돼 JTBC가 입수한 태블릿PC가 최서원의 것이 맞는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남의 전자기기 잠금패턴을 한번에 맞출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잠금패턴이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동일인이 사용한 전자기기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될 수 있는 걸까?

결정적으로 당시 특검이 압수했다고 발표한 휴대전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 당시 특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전한 몇몇 언론사들이 정정보도를 내야 했다.

최서원 씨가 최근 문제의 태블릿PC를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검찰은 “최 씨는 해당 태블릿PC의 소유주가 아니며, 해당 태블릿PC를 전속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없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 맞고 그걸 통해서 최 씨가 국정에 관여해 왔다고 주장해 온 이들이 이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무시무시한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온 것 아닐까?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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