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을 둘러싼 과거의 노사 특별합의와 별개로 소송을 낸 2천여 명의 직원에게 500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당시 마은혁 부장판사)는 이달 중순 기아차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을 각각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소송은 직원 총 2천446명이 2건으로 나눠 제기했으며 판결에 따르면 기아차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두 소송을 합쳐 총 479억4천여만원이다. 1인당 평균 1천960만원가량이다.

노동조합이 제기한 1·2차 통상임금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한 기아차는 2019년 3월 소송을 취하하거나 부제소 동의서를 회사에 제출한 직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노조와 특별합의를 맺었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특별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2019년 5월 2011∼2014년분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2011∼2014년분 임금을 둘러싼 소송을 이미 과거에 한 차례 노조 대표자 13명이 제기했다가 취하했는데도 다른 직원들이 개별 소송을 낼 수 있는지였다.

노조는 2011년부터 3년마다 한 차례씩 소송을 냈다. 임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해 2011년, 2014년, 2017년 각각 과거 3년분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재판이 예상보다 길어져 2차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1차 소송의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고, 노사는 일부 대표자만 소송을 내고 그 결과를 전 직원에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원고가 2만7천여명에 달했던 1차와 달리 2차 소송은 노조 대표자 13명만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2차 소송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돼 1차 소송과 같은 날 1심과 항소심 판결을 각각 선고받았다.

2심 선고 후 2차 소송의 원고 13명은 회사와의 특별합의에 동의해 소송을 전부 취하했고, 특별합의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직원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기아차는 재판에서 "원고들도 대표소송 합의를 받아들여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거나 적어도 제소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기아차)와 노조 사이에 대표소송 합의가 체결됐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근로자들이 피고와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기아차는 또 소멸시효가 만료된 뒤에야 소송을 제기한 점을 들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청구할 권리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가 대표소송에 합의한 직원들은 시효와 상관없이 판결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태도를 보였던 만큼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한편 기아차 노조가 낸 1∼3차 소송 가운데 취하로 마무리된 2차와 달리 1차는 특별합의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노동자들이 소송을 이어가 2020년 8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3차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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