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총회서 우크라 놓고 갈라진 남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열린 유엔 긴급총회에서 한국과 북한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양국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유엔 긴급특별총회 2일차 회의에 순서대로 연단에 올라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쳤다. 한국은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규탄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주도하는 러시아의 철군 요구 결의안에 공개 동참했고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결의안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연단에 오른 이는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로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에 따라 한국은 유엔 안보리와 총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로 무산시킨 안보리 결의안은 물론 오는 2일 표결 예정인 총회 결의안에도 참여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며 모든 회원국들의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조 대사는 "회원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어떠한 행동도 규탄한다"며 "러시아에 이번 위기를 추가로 고조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존중하라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 승인 결정도 비판했다. 

조 대사는 이번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였다면서 이는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마련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각했다. 그는 "유엔 초창기에 한국은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침공 행위에 대응해 지원한 첫 번째 나라였다"며 "우리나라는 유엔이 그 당시 무고한 시민들의 울부짖음에 즉각 일어서준 덕분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것은 우리 대표부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먼 나라의 비극으로 보지 않는 이유이자, 우리가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해 연대를 표시하는 이유"라며 "또 유엔 체계에서 여전히 희망을 품는 이유"라고 밝혔다.

반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약 1시간 간격으로 뒤이어 연단에 올라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에 심취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을 약화시켰다"며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불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하는 것이 현재의 국제 질서"라고 비판했다.

김 대사는 북한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이 국제 평화와 안보라는 구실 하에 어떻게 미국과 서방에 의해 침해됐는지를 분명히 기억한다. 이들 국가를 파괴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선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라고 말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서방의 공격으로 무너진 나라들의 사례를 앞세우며 미국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등 러시아에 동조하는 몇몇 국가를 제외한 100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다음날 표결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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