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물건너 간 것으로 여겨졌던 윤석열-안철수 간 후보단일화가 3일 극적으로 성사돼 역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임을 입증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단일화의 최종 시한을 이번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지난달 28일로 꼽았다. 그전에 후보를 사퇴해야만 투표용지 기표칸에 ‘사퇴’가 표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안철수 양측은 단일화는 커녕, 협상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토론회와 유세장에서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 보다 윤석열 후보를 더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며칠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정치개혁,통합정부라는 미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구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이었다.

요지부동이었던 안철수 후보가 막판 윤석열 지지로 돌아선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양측의 단일화 줄다리기를 지켜보던 정치권에서 안철수 후보가 결국 윤석열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근거에 답이 있다.

안철수 후보쪽을 움직이게 만든 가장 첫 번째 요인은 당선가능성과 본인의 득표율이다.

언론사 등에 의한 여론조사 공표가 허용된 마지막 날인 2일 발표된 여러 가지 조사를 보면 대부분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초박방 판세였지만 윤 후보가 4~5%P 우세한 조사도 두어군데 있었다. 반면 이재명 후보가 유세한 조사는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의과대를 졸업한 ‘이과형 정치인’이다. 과학기술을 앞세운 선거공약, 수치를 앞세우는 토론스타일도 그렇다. 법과대 졸업에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운석열 후보와 비교해 정치논리나, 선거공학 보다 산수와 수학, 특히 통계의 과학성을 더 신뢰할 수 밖에 없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것이다. 여론조사, 통계 뿐 아니라 최근 유세장의 분위기까지 윤 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는 양상을 현장을 뛰는 안 후보 본인은 물론 캠프까지 잘 아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돈문제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는 단일화 무산에 따른 막판 표쏠림 현상으로 급격히 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선거가 끝난 뒤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존받을 수 있는 15% 득표는커녕, 5%선도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국민의당이 지출했거나 앞으로 지출해야 만 하는 선거비용은 최소 50억원 최대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각 가정마다 배달된 책자형 공보물 제작에만 40억 가량의 돈이 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6일 이번 대선 선거보조금으로 5개 정당에 465억만원을 지급했는데, 의석에 따라 민주당은 224억원, 국민의힘 194억원, 정의당이 31억원이었고, 국민의당은 14억1600억만원에 불과했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을 완주해 15% 이상의 득표를 하지못할 경우 선거비용 대부분은 후보인 안철수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일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조건 중 대선 후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공개한 것은 지금까지 안 후보가 쓴 대선자금은 국민의힘이 책임진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1,979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여기에 그동안 안철수 후보를 따르던 국민의당 인사들은 이후 합당과정에서의 지분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을 받아 당초 제 3, 4당 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에서 자신들의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나눠먹기 비판을 우려, 지금은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겠지만 추후 공동정부 운영에 따라 국민의당 몫으로 돌아 올 장관 등 공직이나 공공기관장 자리도 있다.

결국 대선 승리시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이번 단일화로 김만배 일당의 화천대유에 비교될 만한 초대박을 터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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