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선 시민기자께서 쓰신 Paul Johnson의 "기독교의 역사" 요약본을 읽은 후 역사신학을 전공한 신학자로서 몇 가지 느껴지는 바가 있어 그에 대한 저의 단상을 적어보기로 합니다. Paul Johnson의 책을 직접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음을 알지만, 그의 책이 세상의 일반적 통념을 대변하고 있기에 차라리 세상 통념에 대한 비판으로 이 글을 적고자 합니다.

우선 기독교와 유대교가 분리된 이유를 봅시다. Johnson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근본적 차이점은 신의 가르침을 축복받은 민족인 유대인에게만 전파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인류에게 동일하게 전파할 것인가"에 있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도 말씀하시길,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마태복음 23:15) 하신 걸 보면, 유대교인들 중에도 이방인들에게 선교한 자들이 꽤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유대교는 자기네 세력을 넓히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유대교에선 부모 중 어느 한 사람이 유대인이면 유대인으로 인정해 줍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에 흑인 유대인이 많고 그들의 이스라엘 이민을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사마리아인들이 혼혈이라 하여 저들을 배척할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죠.

유대교로의 개종이 할례로 인해 거추장스러울 수 있지만, 포경수술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회 통념과 현대의 발달된 의료 기술 덕에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여성에게는 그게 전혀 문제될 게 없죠.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반카가 유대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이처럼 유대교에서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선교의 문을 열고 있다 해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구별이 없어지는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기독교를 배척합니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에 있습니다. 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을까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안식일 율법을 지키지 않고 안식일에도 병자를 고치셔서 그를 배척한 것일까요? 예수께서 유대인들에게 자기를 배척하는 이유에 대해 캐묻자 저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선한 일로 말미암아 우리가 너를 돌로 치려는 것이 아니라 신성모독으로 인함이니 네가 사람이 되어 자칭 하나님이라 함이로라”(요한복음 10:33).

역사적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를 초월적 창조자 하나님으로 믿는 것, 이것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근본적 차이였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통해 스스로 하나님이심을 증명하셨고, 이 “복음”은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나중에 그 선교 방향을 이방인에게로 돌렸던 것입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담대히 말하여 이르되 하나님의 말씀을 마땅히 먼저 너희(유대인)에게 전할 것이로되 너희가 그것을 버리고 영생을 얻기에 합당하지 않은 자로 자처하기로 우리가 이방인에게로 향하노라”(사도행전 13:46).

다음에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이 문제는 또 다른 글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인데, 여기서는 Johnson이 언급한 문제만 짚어 봅니다. 그에 의하면,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의 가르침을 평화적인 방법에 의하여 인류에게 전파할 것인가 아니면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여서라도 인류에게 전파할 것인가”에 있다고 했는데, 별로 타당성이 없는 주장입니다.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후, 로마는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는 이들을 혹독하게 압박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악명 높은 종교재판소를 두어 이교도들을 핍박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개신교도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교도가 기독교인을 죽인 숫자보다 기독교인이 기독교인을 죽인 숫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가톨릭 국가들이 칼로 이교도들을 개종시키려 광분할 때, 초기 이슬람은 상당히 관용정책을 썼습니다. 유대교나 기독교처럼 종교적 경전을 갖고 있는 “책의 종교”들은 억지로 개종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무 경전이 없는 미신적 종교 추종자들만 무력을 앞세워 이슬람교도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슬람인들이 “무력으로” 신의 가르침을 전파하려 했다는 Johnson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비슷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말은 옳습니다. 그럼 이슬람인들은 왜 유대교나 기독교를 받아들이지 않고 굳이 새 종교를 만들었을까요? 우선 유대교 경전인 구약 성경에서는 아랍 족속(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자손들)을 유대인보다 열등한 민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민주의로 얼룩진 모세의 가르침을 배격하고 새로운 계시에 의한 새로운 종교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럼 마호멧이 기독교를 배척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호멧은 상인으로서 유대뿐 아니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분명 기독교 세계에도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가 본 기독교회의 모습을 어떠했을까요? 아마 그를 가장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교회 내에 가득한 성상과 알록달록한 성화들이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성경인 구약에는 분명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강력히 명령하는데, 기독교인들은 너무나 많은 우상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가 보기에 기독교는 “유일신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는 누가 봐도 틀림없는 3신교였습니다. 교회 안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작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크나큰 마리아 상의 권위와 위상이었습니다. 그녀는 신을 보호하고 있는 “신의 어머니”로 신자들에게 하나님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기독교회에서는 마리아를 “하나님을 낳은 자”로 부르고 있었고, 네스토리우스라는 주교는 이 명칭을 “그리스도를 낳은 자”로 바꾸려 하다가 파문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마호멧은 기독교를 버리고 우상 숭배 없는 유일신 종교로서 이슬람교를 창시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이슬람 지역에서 기독교 선교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기독교의 3신 사상 때문입니다. 기독교가 이를 바로 잡지 않는 한 이슬람 선교는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이슬람이 급속히 확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상 숭배 배격이란 사실을 깨닫고, 동로마 교회(현재의 동방 정교회)의 우두머리인 황제 레오 3세가 우상 타파를 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서로마 교회(가톨릭 교회)는 이를 반대했었습니다. 글을 못 읽는 신자들에게 신앙을 교육할 때 성상이나 성화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동서 로마 가운데 잠시 분쟁이 있었지만 동로마 교회가 다시 성상을 채택함으로써 이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성상 타파 운동은 결코 동서 교회 분열의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동서 로마가 다른 황제에 의해 통치되었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갈라져 있었고, 종교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불화와 화해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서로마가 게르만 족속에 의해 멸망되면서 왕래가 끊어져 버린 것입니다.)

Johnson의 기독교 역사에 대한 분석은 실증적 자료보다는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근거한 면이 있는 듯 합니다. 요즘 언론들이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선동적 스토리를 써 내리는 것과 유사하다 하겠습니다. 조금만 차분히 사실들을 들여다 보면 조금 더 진실에 다가 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는 한 두 가지 일례를 통해 섣불리 일반화시키는 일은 조심합시다.

최치남 시민기자(전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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