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미디어가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인들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필자가 상임대표인 미디어연대가 지난 3월 2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새 정부의 바람직한 미디어ㆍICT 거버넌스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위기에 처한 미디어를 구하기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의미 있는 제안이 있었다. 즉, 미디어 문제를 풀기 위해 범 미디어계 종사자들이 적어도 일년에 일주일 정도의 ‘미디어 사색주간(Think Week)’을 갖자는 것이다.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결국 미디어 문제는 미디어인들이 풀 수밖에 없다. 미디어의 두 축은 송신자와 수용자다. 송신자인 미디어인은 전문직(profession)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하고, 수용자는 자발적인 수용의 단계를 넘어 적극적인 자세(Active Audience)로 미디어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송신자인 미디어인들이 먼저 자기 성찰을 통해서 현재 미디어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의 공론장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공론장은 미디어에 의해 구축되고, 미디어의 공론장은 민주주의적 과정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는 상업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산업과 달리 사익을 넘어서 공익을 수행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이 있다. 2021년 시행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조의 목적은 신문 등이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1조의 목적도 방송이 ‘민주적 여론형성,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역할과는 달리 ‘언론권력’이라 불리는 메이저 언론은 언론 스스로 자본권력이 되었거나 정치ㆍ경제 권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되어 올곧은 비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영방송 거버넌스는 정치적 독립이 훼손되는 명실상부하지 않은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른바 권력을 잡은 정부 여당이 공영방송의 권력을 지배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정치권력의 변동에 따라 공영방송 거버넌스는 정치적 공정성ㆍ독립성 논란으로 흔들려 왔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우리 미디어가 신뢰를 잃은 데에는 미디어인들이 이데올로기, 소위 ‘진영논리’에 갇힌 정파적 보도를 한 측면도 있다. 유튜브의 경우 1인 미디어의 확산으로 언론 및 사상의 자유시장을 확대하는 기능도 있지만, 가짜뉴스와 중우정치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의 역할보다는 책임이 부재한 언론이 될 수 있다. 만인이 미디어인 시대에 미디어의 신뢰는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미디어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를 향한 과제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여건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우리의 미디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송신자인 미디어인부터 전문직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요청된다. 전문직은 하나의 모델이며 이념형이다. 전문직은 언론직을 포함한 모든 직업이 영원히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직은 근원적으로 현재의 상태라기보다는 미래의 이상향에 해당한다. 전문직은 아마츄어에 상응하는 개념이 아니라, 특수분야 직종의 전문성을 향하는 특수 충족요건을 엄격하게 갖추어야 한다.

최창섭 교수는 전문직의 충족요건으로 ① 전문교육(Professional Training), ② 선서(Oath), ③ 공익(Public Interest) 중심, ④ 주인정신(Self-Employed), ⑤ 자율규제(Self-Regulative)를 제시했다. 이어 최 교수는 “미디어인들은 공익에 종사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의식이 크게 강조되어야 한다고 보고, 표현과 소재 선택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는 동시에 윤리강령 등을 위배했을 경우, 회원의 제명 절차도 자율적으로 처리되는 제도적인 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는 사람을 구하고, 법조인은 정의를 수호하는 일을 하고, 교수는 학문의 자유에 바탕을 두고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직이다. 미디어인도 이 사회의 공익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 따라서 미디어인도 궁극적으로 소명의식과 윤리의식 등을 강화하는 전문직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전문직은 전문교육을 통해서 양성되고 있다. 미디어의 중요성에 비추어 8년 교육으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로스쿨(Law School), 메디컬스쿨(Medical School)처럼 ‘미디어스쿨(Media School)’ 교육제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미디어 사색주간 실시, 자기 성찰로 미디어 역할의 해법 찾길

필자는 신뢰 위기를 맞고 있는 미디어가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법을 찾기 위해 미디어인들이 적어도 1년에 한번은 미디어 문제를 성찰하는 ‘미디어 사색주간(Think Week)’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언론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제정해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왔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미디어 사색주간’도 신문의 날에 즈음한 일주일간(4.1∼4.7)으로 설정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신뢰를 잃은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디어인들은 전문직주의를 향해 고난의 길을 가야 한다. 미디어는 왜 존재해야 하며, 미디어인은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디어에 대한 철학적 사색(Philosophizing on the Media)의 대장정이다. 개개인에서부터 전체 미디어계로 확산하는 사색을 통해 미디어 전문인(professionalist)이 가야할 길이 무엇이며, 어떻게 주어진 책무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축적의 시간을 갖자. 긴 호흡으로 축적된 경험지식은 위기를 돌파하는 창조적 역량의 원천이 될 것이다. 모든 미디어인들과 관련 단체들이 ‘미디어 사색주간’에 자기 성찰을 통해 신뢰를 잃은 미디어가 올곧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전 KBS 이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