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p) 올렸다. 연내 6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국은행은 올해 2∼3차례 기준금리를 더 높일 전망이다.

연준은 이날 오후(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팬데믹 제로금리 시대의 공식 폐막을 알렸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연준은 연내 6차례 남은 FOMC 정례회의(5월, 6월, 7월, 9월, 11월)에서도 모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모두 7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올 연말 미 기준금리는 위원 중 다수의 의견대로 1.75∼2.00%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2018년 12월 이래 3년 3개월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팬데믹 발발에 따른 전 세계 경기침체 대응 차원에서 대대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펼쳤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다음 회의부터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면서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목적에서 국채, 정부기관채권, 정부기관 MBS(주택저당증권) 보유량 등을 줄여나갈 계획도 암시했다. 양적 긴축은 금리인상과 더불어 긴축의 주요 수단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불확실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인플레 상승 압력이 될 것이며 경제활동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연준은 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심화와 팬데믹 이후 수요 폭발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급격할 것을 우려해 왔다. 이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가팔라 졌다.

하지만 연준은 악재들 가운데서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며 예고한 대로 금리 인상을 계속 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파월 의장은 미국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데 "(예상보다)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특별히 올라가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 성장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파월 연준의장의 완만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다"는 발언 등으로 이날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1.54%, S&P500은 2.24%, 그리고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3.77% 상승 마감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과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연준 FOMC 회의 직후 주재한 17일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한 차례 더 올리더라도 통화 긴축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물가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지난 2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오는 4월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할 전망이다. 지난달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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