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은 단체로 자신들의 통화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

러시아 가스공급 시설. (사진=리아노보스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판매할 때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발표했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내각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사실을 전하며 대금을 달러나 유로화 등의 신용을 잃은 외화로 받는 것을 거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단시일 내에 천연가스부터 시작해 소위 비우호적 국가들로 공급되는 자원 대금 결제를 러시아 루블화로 전환하는 종합적 조치를 이행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은 단체로 자신들의 통화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채무 디폴트를 선언했다"며 "이제 전 세계 모든 사람은 달러화와 유로화 채무 이행이 불가능함을 알게 됐다. 따라서 우리 상품을 EU와 미국으로 공급하고 달러화나 유로화 등으로 대금을 받는 것이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대금 등을 달러화나 유로화로 받을 수 없게 만든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자국 중앙은행과 정부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업자들이 루블화를 구매해 자원을 사가도록 하라며 관련 절차 마련을 주문했고 국영 가스 수출 업체인 가스프롬에도 공급 계약을 루블화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주로 유로화를 주고 매입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모든 외국 소비자들은 루블화로 바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천명함에 따라 자원 거래 시장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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