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리는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하기로 밝힘에 따라, 국내 침대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현대백화점이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한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신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대백화점이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한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신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랜 기간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1.5조원 규모의 국내 침대 시장을 양분해왔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비싸도 좋은 침대’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두 회사는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BTS와 전지현까지 등장한 침대시장, 북미 매트리스 강자까지 가세

하지만 최근 이 두 회사에 도전장을 내미는 업체들이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1만 코디와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내세운 코웨이가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시몬스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운 ‘알레르망 스핑크스’와 안마의자에 이어 침대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한 ‘바디프렌드’도 있다.

이처럼 격화되는 경쟁구도에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판매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누스까지 가세한 것이다.

지누스는 1979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원래 캠핑 용품을 팔다가 10년 전부터 매트리스 등 수면용품 시장에 진출했다. 지누스의 성공 요인은 커다란 매트리스를 온라인으로 팔 수 있다는 ‘매트리스 배송(Mattress-in-a-box)' 기술 도입에 있다. 압축 포장으로 매트리스를 소포장하는 기술을 개발한 결과, 아마존 매트리스 부문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면서 북미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게 됐다. 전 세계 100만건이 넘는 소비자 리뷰를 보유하는 등 온라인 가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2일 지누스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0%(경영권 포함)를 7747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분 인수와 별도로 이날 지누스와 인도네시아 제3공장 설립 및 재무구조 강화를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신주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총 인수대금이 9847억원에 달한다.

이윤재 지누스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한 뒤에도 지분 일부를 계속 보유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전 직원의 고용을 100% 보장할 방침이며 기존 임원들도 경영에 참여한다.

지누스 국내 매출은 300억 불과, 해외매출 총액은 국내시장 규모와 맞먹어

지누스는 현재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지누스 홈페이지 캡처]
지누스는 현재 아마존 내 매트리스 판매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지누스 홈페이지 캡처]

현재 한국의 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1.5조원에 달하지만, 지누스의 한국 매출액은 300억원으로, 총 시장 규모의 2%에 불과하다. 지누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238억원, 영업이익 74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지누스의 메인은 해외 사업이며 특히 미국에서의 매출이 88%에 달한다.

지누스의 해외매출 총액이 국내 시장 전체 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판매 1위를 달성한 저력으로 한국 시장 석권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현대백화점 아울렛에 체험관을 열고, 온라인몰에도 지누스 브랜드 전문관을 열게 되면 한국에서도 연매출 2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누스 인수, 리빙 사업부문 확장 노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인수로 리빙 사업부문에서 영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2012년 인수한 현대리바트의 가구·인테리어 사업과 2019년 계열사로 편입한 현대L&C의 건자재 사업에 이어 지누스의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사업까지 추가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장됐다. 지난해 현대리바트와 현대L&C의 매출(연결 기준)은 각각 1조4066억원과 1조1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M&A는 유통·패션·식품 사업부문과 함께 그룹의 4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인 리빙 사업부문의 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은 미래 청사진이 담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리빙 사업부문을 5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저가에 집중됐던 지누스, 프리미엄 라인으로 확대...수면시장 진출이 목표

이와 함께 중저가에 집중됐던 지누스의 매트리스 구성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현대백화점은 중저가 위주의 지누스 사업 모델을 프리미엄 라인으로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기반의 수면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슬립테크(수면 기술) 전문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나 협업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기반의 유통채널과 차별화된 제품 콘텐츠를 보유한 지누스를 인수한 것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창출하고 있는 이커머스 콘텐츠 기업을 확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그룹이 추진 중인 전문몰 전략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렌탈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매트리스 렌탈 업계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렌털 사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다양한 품목을 갖추는 것이 주요 경쟁력이 되는데, 현대렌털케어에서 그동안 이렇다 할 대표 품목이 없었던 만큼 매트리스로의 사업 확장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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