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최태원 회장이 취임했을 때, SK그룹 자산은 32조원에 불과했지만 올초 추산 270조원으로 9배 이상 늘었다. 매출은 1997년 36조원에서 2020년 말 기준 138조 8838억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1997년 말 23%였으나 지금은 60%대를 넘어 오랫동안의 독점형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환골탈태 했다.

여기에 더해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은 문재인 정권 5년간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환경위기와 사회문제 해결,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경영의 핵심에 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선도자를 자처하고 있다.

수소와 전기차배터리부문 투자로 친환경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축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를 넘어 국가와 사회 전체가 신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을 하자는 경영전략이다.

ESG경영에서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기 위해 이사회 경영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거버넌스 스토리’도 구축하고 있다. 2012년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태원 회장 개인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그룹의 변신을 주도해왔다.

윤석열 당선인이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의 얘기를 메모하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 특히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회장시절, SK그룹에 대한 재계 안팎, 세간의 인식은 공기업인 대한석유공사 인수. 이동통신사업권 획득(SK텔레콤)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정경유착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1988년 최태원 회장이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와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자 이런 인상이 강해졌고, 사실과 달리 SK그룹이 이 ‘정략결혼’으로 이동통신사업권(SK텔레콤)을 딴 것처럼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금처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인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노소영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다른 여인을 만나면서 부터라는 것은 그런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

최 회장은 2019년 5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 폐막식 무대에서 자신이 사회적 가치에 빠지게 된 계기를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난 뒤”라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그가 말한 ‘나와 아주 반대였던 사람’은 내연녀인 김 모 T재단 이사장이었다. 최 회장은 앞서 2015년 12월,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김 이사장 사이에 딸 하나가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노소영씨의 불화 및 이혼소송, 김씨와의 관계 등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노씨 쪽으로 동정여론이 쏠렸고, 햇수로 4년째 이혼소송을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은 최 회장과 그룹의 여러 가지 변신, 혁신노력에 장애가 되고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적폐로 규정하고 상대조차 하지않은 문재인 정권이 최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를 파트너로 삼은 것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021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에 대해 “4대 그룹 회장의 취임은 처음이라 뜻깊다”며 덕담을 했다.

두달 뒤인 그해 5월, 최태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경제단체장 중 유일하게 동행했다.

최 회장은 방미기간 중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공장 건설현장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배터리공장 현장을 둘러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당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며 SK이노베이션이 기술을 훔쳐갔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던 LG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2021년 있었던 SK실트론 지분인수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둘러싸고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와 비교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2월, 최 회장이 2017년 반도체 소재업체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싸게 사들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8억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SK가 지분 29.4%를 인수하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최 회장에게 지분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획을 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최태원 회장과 SK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7년 11월 경제개혁연대가 최태원 회장의 LG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해 사익편취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데서 시작됐는데 4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야 매듭이 지어진 것이다.

앞서 그해 5월 최태원 회장은 SKC의 SK텔레시스 유상증자와 관련한 배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차기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지 이틀 뒤인 지난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했지만, 이제는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위원회를 다수 설치해서 민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국가 핵심 어젠다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및 의지에 대해 앞으로 재계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전경련이 과거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경련에 대한 언급이다. 그는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라이벌이라는 개념은 없다.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과) 반목이나 갈등은 없다"면서 "작년부터 전경련을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와 협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친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1993부터 5년간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런 인연에, 현재 주요 기업들이 전경련을 탈퇴해있는 상황까지 감안해 재계 안팎에서는 차제에 최태원 회장이 전경련 회장까지 겸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SK와의 배터리분쟁으로 인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LG쪽 정서와 현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LG와 ‘특수관계’인데다, 지난 5년간 의리와 뚝심으로 전경련을 지켜온만큼 그의 ‘속마음’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펜앤 특별취재반>

(2편은 '윤석열시대, 삼성과 이재용은 더 큰 시련이 기다린다?'는 내용으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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