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2030세대 영페미니스트(Young Feminist), 민주당 멱살을 잡다?

지난 3월9일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 1%도 안 되는 표 차이로 재집권에 실패했을지라도, 유권자들의 명백한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심판이다. 민주당은 172석을 가진 거대여당에서 하룻밤에 거대야당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 20여일이 흐르고 있는 현재까지 민주당의 자체적 패인 분석과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일종의 정신승리로 애써 만족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신 별난 광경이 펼쳐진다. 2030여성들의 민주당 대거 입당과 함께, 낙선한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향한 여성들의 새로운 형태의 팬덤현상이 당을 흔들고 있다. 이 전 후보는 반색을 표하며 적극 화답을 한다. 특이점은 2030 여성들의 언어사용 및 표현방식이다. 이미 대선 전 소위 ‘여초사이트 연합’, 즉 여성시대, 더쿠, 인스티즈 같은 사이트가 이재명 지지로 뭉친 상황이었다. 대선 직후 2030여성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전 후보를 아빠로 칭하며 스스로 “나 개딸” “아빠 아가해도 돼?”라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전 후보는 “우리 개딸님, 아가 사랑해” 라며 응수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여초사이트, 트위터 등에서 “나 개딸”이라 칭하는 연령대가 정말 2030여성들인지, 아니면 4050여성들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트위터 팔로워는 생년월일을 기입하게 되어 있어 포털사이트 댓글 관리처럼 성별. 연령이 통계로 확인된다. “나 개딸”이 소셜미디어에서 급부상할 때 트위터 통계를 보면 2030여성보다 4050여성이 더 많은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30여성들의 팬덤정치, 컬트정치 현상

아무튼, 대선 결과 20대 여성들은 58%가 이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런 전제로 평가를 해보겠다. 2030여성들이 자신들을 가리켜 “나 개딸” 이라며 비속어로 표현하기에 주저하지 않고, 이 전 후보 역시 같이 맞받아치며 즐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을 옹호하는 유튜브 채널 활동가들은 기꺼이 “나 개삼촌, 나 개저씨”라 응답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매우 비정상적이며 부자연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 이 전 후보의 과거 가족 간 불화 사태로 형수에게 했던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녹음파일 공개, 여전히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여배우 김 모 씨와의 스캔들, 또한 이 전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시에 20년 동안 거주한 시민운동가 김사랑 씨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사건을 보더라도 2030여성들의 무비판적인 팬덤정치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나 개딸” 현상이 2030여성유권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와 동일한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쓰자, 한 20대 여성이 이러한 코멘트를 남겼다.

“억울한 건 페미를 싫어하는 2030여성들이에요.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만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여초 커뮤니티 인터넷 화력이 세다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다 동조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건지. 여초 커뮤니티가 ‘개딸’을 자처한다고 해서 2030 여성 전체가 페미 취급당하고 이재명 ‘개딸’ 취급받고 싶지가 않아요.” 이것이 일반적인 2030여성들의 정서다.

덧붙여, 필자는 20대 남성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질문을 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앞으로 감당 못할 일을 선택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라고 말했다. 젊은 여성들의 열성적인 지지 현상은 대선 패배 후 집단 ‘선거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민주당 세력에게는 하나의 자극과 위로가 될 수도 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지난 13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여 비대위원 8명 중 4명이 2030세대다. 그중 전격 임명된 박지현(26세) 공동비대위원장은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역할이다. 박 위원장은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몇몇 민주당 의원이 조문을 다녀오자 “이 아저씨들, 진짜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라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수년 간 페미니즘 전성기를 맛본 영페미니스트만의 자신감이었다.

민주당이 키운 영페미니스트

2030 여성들의 민주당과 이 전 후보 지지 성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30 여성 중 강성이든 연성이든 그녀들은 페미니스트이며,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여성들은 이른바 민주당의 집토끼였다. 민주당에는 586여성운동권 출신으로 오랜 기간 여성운동을 한 원로급 페미니스트들이 즐비하다. 김대중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진입하기 시작해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을 줄줄이 배출한 여성단체 출신들이 모여 있는 민주당이야말로 페미니스트 본진이다. 게다가 수많은 여성단체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치권력을 나누고, 나아가 정치적 이익 공동체인 페미니스트들에게 민주당은 숙주 역할을 한다.

이런 정치적 양상은 지난해 이 전 후보 선거캠프에도 존재했다. 남인순, 권인숙, 유승희 의원 등이 전국의 여성조직을 묶고 만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이재명을 지지하는 ‘명랑여성시대’ 5000여명 조직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약 3만 명이상 지지 선언을 한 바 있다. 민주당의 단단한 기존의 여성조직 토대 위에 여초사이트 화력 지원과 함께 민주당에서 영페미니스트들이 재생산되는 구조인 것이다.

사실, 페미니즘 발흥 이후 2030남성 vs. 2030여성 정치적 대립구도는 달라진 게 없다. 2018년 무렵부터 2030남성 집단의 일관된 페미니즘 반대 여론은 평균 70%를 웃돌았다. 선거결과에도 드러났듯 ‘21.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그리고 ’22.3.9일 제20대 대선까지 이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대남, 이대녀 선거구도는 데칼코마니 현상과도 흡사하다.

2030여성들의 민주당 결집 의미, 모순을 견딘다?

3.9일 대통령 선거일이 임박할 무렵 윤석열, 이재명 양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눈에 뜨게 좁혀졌다. 필자가 그때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생각했던 점이 민주당 페미니스트 의원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선언이었다. 예컨대 남인순, 정춘숙 등이 그간 보여준 성 윤리 이중 잣대는 민주당에게 크게 부담이었다. 만약 이들이 백의종군하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젊은 층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대선 패배 후 오히려 발 빠르게 2030여성들이 민주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헤매는 민주당 지도층과 달리 2030여성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드높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상황을 관찰해보면 20대여성, 즉 이대녀들의 유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 당사 앞은 당원들의 촛불집회가 매일 열리고 있다. 주최는 이 전 후보 지지 성향 시민단체 '밭갈이 운동본부'로 이재명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명분을 내세운다. 촛불집회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2030여성으로 발언대의 주요 연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야긴즉슨, 2030여성들은 페미니즘 황금기를 거친 집단이다. 2016~ 2019년까지의 시기는 페미니즘운동 절정기였다. 들불처럼 퍼진 페미니즘 세례를 받은 여자대학생들은 2017년을 강타한 탈코르셋운동과 할리우드 발 미투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의 국내 상륙, 그리고 2018년 5월부터 12월까지 6차례 열린 ‘혜화역 시위’의 주최들이었다. 필자의 2019년 초 조사에 의하면 대학가 페미니스트 동아리는 150여개에 달했다. 또 페미니스트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열광한 세대다. 하늘이 무너져도 남성중심 사회, 즉 가부장제 도전하겠다는 결기로 넘쳤다.

2030여성들은 사사건건 남성들과 대척점에 위치했다. 페미니즘 원리는 모든 제도가 남성들에게 이롭게 되어있으며, 남성이 폭력과 성 착취로 여성을 종속시키는 제도로 규정한다. 그런데 말이다. 성 비위 사건이 줄줄이 터진 민주당, 586운동권 정치인들의 가부장적인 행태, ‘내로남불이 체질화’된 습성에는 눈을 감은 것인가. 2030여성들이 투쟁했던 페미니즘운동의 실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런 의문은 비단 필자만 느끼는 건 아닐 터이다. 그녀들에게 정치적 선택과 추구하는 페미니즘은 서로 다른 것일까. 이럴 때 페미니스트들이 읊는 말이 있다. “그런 모순을 견디는 게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의 내로남불, 확증편향성과 내로남불이 체질화 되어있는 민주당 주류들과의 괴이쩍은 연합은 결국 유유상종이란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남녀갈등 해소를 위한 과제

지난 대선 기간 중 급부상한 의제는 ‘여성가족부 폐지’다. 당연히 여성계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일종의 위기의식 확산과 페미니스트 정당인 여성의당. 정의당의 몰락으로 방향을 상실한 2030여성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한다. 정작 페미니즘보다 정치적 명분과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반윤석열 성향의 여성들도 민주당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대선 패배 후 오락가락하는 민주당 수뇌부들로서는 반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혼미한 상황은 2030남녀 성 대립을 더욱 부채질하며 오는 6.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계속 이어지리라. 5.10일 탄생하는 윤석열 정부는 5년 임기동안 지방선거, 총선거, 또 지방선거 3번의 큰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2030남녀갈등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면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게 당부한다. 한쪽 성별에 편향적인 발언이나, 정책 실행은 삼가야 한다. 남녀 공정한 연대와 경쟁, 균등한 정책 및 예산 집행이라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 및 공당은 끊임없이 성별갈등을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성별갈등 해소야말로 갈등공화국인 지금 시대의 중대한 과제라는 점 인식해야 한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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