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있었던 이종왕 전 삼성고문의 49재에 참석,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있었던 이종왕 전 삼성고문의 49재에 참석,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지난 1월23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종왕 전 삼성전자 법률고문의 빈소를 찾아 한참동안 오열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있었던 이 전 고문의 49재에 참석, 다시한번 유족들을 위로했다.<사진>

진관사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위패가 봉안된 사찰로 2020년 12월12일 이건희 회장의 49재도 이곳에서 지낸 바 있다.

이종왕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검사시절, 상하의 신망과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가장 확실한 검찰총장감’으로 꼽혔지만, 김대중 정권 당시 옷로비 사건 수사가 외압에 막히자 검찰을 떠났다.

2004년부터 삼성그룹 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사장급)으로 일하면서 곳곳에 숨겨져있던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정리 등 불투명한 지배구조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 와중인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사건이 터지자 충격을 받아 변호사 자격증을 반납하고 삼성을 떠났지만,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강권에 못이겨 복귀한 뒤 2015년까지 법률고문으로 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그는 다시 변호사로 등록해 구치소 접견은 물론 1·2심 재판 때 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재판전략을 짜고 변론을 진두지휘 하는 등 이건희 이재용 부자를 도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년의 세월 중 20개월, 햇수로는 3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되기까지 12개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정유라씨에 대한 말(馬) 제공이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환송돼 다시 구속돼 7개월여를 더 복역한 뒤 지난해 8월에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됐다.

최순실게이트와 관련, 그는 아직 사면 복권이 되지 않아 등기상 대표이사직 수행 등 경영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한편으로 이 부회장은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10월 22일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의혹 관련 재판은 2023년 1월까지 공판일정이 잡혀있다.

삼성과 이재용의 수난은 윤석열 정부에서 끝날 것인가?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검찰수사 등 사법적 제재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 끝나지 않고, 윤석열 정권에서도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에 검사를 늘리는 등 수사팀을 확대, 삼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퇴진 등 ‘친문검사’들의 거취를 압박하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와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삼성이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모은 자금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썼는지 여부 등 경영권 승계 부분까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3년 4월~2021년 6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4개사 사내 급식 물량 전부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웰스토리에 몰아줬다며 지난해 6월 과징금 2349억여원을 부과한 바 있다.

주목되는 것은 윤석열 새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악연이다.

지난해 1월18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재수감 된 후 그와 함께 일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에게 격려 전화를 했다.

‘검사 윤석열’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은 후 한직을 떠돌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특검’, ‘삼성 특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착했다.

특검 수사전 검찰은 최순실씨가 세운 미르재단 출연금 등을 강요에 의한 공여라고 봤지만 특검은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는데, 출연금에 뇌물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 윤석열 수사팀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7년 1월 16일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그러자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노트 39권을 추가로 입수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요청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며 2월 14일 두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기어이 구속시켰다.

당시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노트의 출처를 놓고, 특검은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발견했다”고 했지만, 이 부회장측에서는 특검이 안 전 수석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7년 2월 28일,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433억원대 뇌물 공여 혐의는 물론, 횡령·범죄수익은닉·재산국외도피, 국회위증죄까지 추가해 기소했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두 사람의 악연은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를 하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19년 ‘윤석열 사단’의 핵심 멤버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배당받아 총지휘했고, 2020년 6월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아 이루어진 일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팀은 큰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당시 검찰이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위위가 ’10대3′으로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수용하지 않고 영장까지 청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윤 총장 등과 이 부회장의 악연이 회자되며 처음부터 삼성과 이 부회장 기소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은 결국 지난해 9월 1일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였다.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검사에서 검찰총장, 대통령으로 직행했다. 차기 정권에서 검찰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 당선과 함께 내놓은 대통령실 용산이전이 제동이 걸리는가 하면, 추후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통치기반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검사시절 재벌 총수 수사를 통해 입신(立身)하면서 이재용 정몽구 최태원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을 감옥에 보냈다. 재벌총수 수사는 실세 정치인 수사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강골(强骨)검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검사 윤석열’의 기업관은 어떨까?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총장이 시킨 일”이라며 “신임 총장은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추가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자칭 자유주의자이지만. 검사로서 윤석열은 기업사냥에 몰두했다.

2018년 가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수사와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단 기업을 수사할 때는 그 기업이라는 몸뚱이를 부수는 게 아니고 그 기업을 운영해온 사람들의 문제점을 조사해서 소위 말하는 오너 리스크, 경영진 리스크를 제거해서 그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게 검찰 수사의 목적입니다.”

“과거 삼성이나 SK를 수사했지만, 수사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이 더 잘됐지 검찰 수사를 받아서 망한 경우는 없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분신과 다름없는 인물로 조국 추미애 장관에 의해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은 그야말로 ‘대기업 저승사자’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 수사에서 한동훈 서울지검 3차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 법원에서 기각해도 끊임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등으로 검찰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반삼성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추후 삼성 및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검찰의 사건처리는 윤석열 정권의 기업정책을 알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사로서 직분을 다한 것이지만 인간적으로 미안한 점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 복권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복권은 윤석열 새 대통령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국민화합 내지 기업인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복권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순실게이트, 적폐수사는 윤석열 새 대통령의 자기부정, 더 나아가 정통성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한 일이 아니다.<펜앤 특별취재반>

<계속>

윤석열 시대,재계의 새 질서(목차)

①SK와 최태원, 질주는 계속될까?(上,下)
②이재용의 ‘굴레벗기’와 삼성의 미래(上,中,下)
③‘정주영 DNA’ 찾는 정의선과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
④구광모의 LG자존심 회복은 이루어질 것인가
⑤김동관 체제 가동되는 한화의 앞날...태양광 다음은?
⑥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와 롯데,신동빈
⑦지조와 의리의 상징된 GS, LG를 넘어서
⑧왕회장의 5백원 지폐, 그리고 정기선의 꿈
⑨신세계의 ‘정용진리스크’ 윤석열시대에 득(得)되나?
⑩한류는 계속된다...CJ의 진격
⑪문재인 정권 최대 수혜자 한진과 조원태, 빛과 그늘
⑫윤석열의 ‘원전강국’과 두산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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