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급식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삼성전자와 삼성웰스토리 본사를 이틀째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도 수사선상에 올려둔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전날과 이날 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도 영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에서 급식 물량 지원 방안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 확보 중이다. 회사 서버에 남아 있는 사내 급식 운영·위탁 관련 이메일과 전자문서 등이 주된 압수 대상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첫 압수수색에 나서 11시간가량 자료를 확보했으나, 디지털 증거의 선별 작업이 오래 걸려 이날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확보할 자료가 많을 경우 이번 주 내내 압수수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작업에 속도를 낸 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임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물량을 몰아준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지금은 해체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일감 몰아주기'를 주도했다는 게 공정위 고발 내용인 만큼 최지성 당시 미전실장 등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은 2012년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약구조를 변경하는 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웰스토리는 급식 품질에 대한 직원 불만 대응 차원에서 식자재비를 추가 투입해 이익률이 감소한 상태였다.

최지성 옛 미전실장은 이듬해 2월 웰스토리에 유리하게 바뀐 계약구조 변경안을 보고받고 이를 최종 승인했다. 이 방안은 "전략실 결정 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됨"이라는 지침과 함께 계열사에 전달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이에 따라 급식 수의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 식재료비 마진 보장 ▲ 인건비 15% 수준의 위탁수수료 지급 ▲ 소비자물가 및 최저임금에 연동해 식단가 매년 인상 등 웰스토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들이 다수 포함됐다.

미전실은 계약 구조 변경 이후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향후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에 대한 가격 조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웰스토리가 계약 조건들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기회인 '대외개방 경쟁입찰' 역시 미전실 지시에 따라 점차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8년 4월 수원 사업장 패밀리홀에 대한 급식 경쟁 입찰을 추진하다 중단하기도 했다. 사업자들로부터 제출받은 견적서를 통해 웰스토리의 식단가가 다른 사업자보다 최대 14.6% 높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정현호 사업지원 TF팀장의 지시에 따라 돌연 경쟁입찰을 취소했다.

이러한 조직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웰스토리는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을 상회하는 15.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사건을 검찰에 넘길 때 삼성전자와 최 전 실장만 고발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최 전 실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전자의 이익을 위해 사무를 처리해야 할 임무를 위배해 제3자인 웰스토리에 재산상 이득을 몰아줬다는 주장이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대선 직후 삼성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대장동 부실 수사 논란을 돌파하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사건을 통상의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해 왔고, 고발된 혐의에 대해 엄정하고 치우침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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