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미디어연대는 지난 4월 1일 신뢰를 잃은 미디어가 올곧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을 찾기 위해 미디어인들이 자기 성찰을 하는 ‘미디어 사색주간’을 제안하고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미디어 사색주간은 4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간으로 정했다. 올해 미디어 사색주간 기념토론회의 주제는 ‘미디어 전문직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였다. 미디어 전문직주의는 미디어계의 커다란 과제다. 미디어 전문직주의는 미디어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전문직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그런데 사회는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향유하지만 기자가 기사 한 줄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는지, PD가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는지에 얼마나 생각해 보았을까? 이제 우리 사회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미디어연대는 미디어 사색주간 실시의 필요성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해 왔다. 송신자인 미디어인들부터 미디어계 문제와 자신을 성찰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미디어 사색주간이 새로운 미디어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2 미디어 사색주간을 제안하며

지금은 20세기의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가 21세기 뉴미디어(new media)로 전환되는 미디어 격변의 시대다. 미디어 정보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지구 전역으로 무제한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미디어 생산자는 끊임없이 정보를 생산하고, 미디어 소비자는 끝없이 그것을 소비한다. 정보의 홍수시대에 가장 우려스러운 현상은 양적 확장이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곡되고 저급한 정보들이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하고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까닭이다. 미디어가 지금처럼 대중의 불신을 받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런 신뢰의 위기에 꼭 필요한 자세가 미디어 스스로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이다. 언론은 자신이 생산한 정보가 진실과 정의에 부합하는지,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는 “사색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정신적 파산 선고와 같다”고 했다. 사색의 숙성 과정이 생략된 정보는 공동체의 건강을 좀먹는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

미디어 사색주간, 최초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 4월 7일 즈음 일주일(4.1-4.7)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1957년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제정한 것은 이런 성찰의 일환이었다. 우리나라에 신문이 처음 뿌리 내린 이날을 맞아 하루 동안 신문을 휴간하고, 1주일간을 ‘신문주간’으로 정한 바 있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언론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자는 취지였다. 지금 우리 언론에게 절실한 것이 바로 언론의 존립 목적과 방향에 대한 자기 성찰이다. 언론의 문제는 언론인들이 풀 수밖에 없다. 언론 종사자들이 각자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한지 성찰하고, 행동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에 미디어연대는 우리 언론계가 4월 7일 신문의날에 즈음하여 4월 1일부터 1주일간을 ‘미디어 사색주간’으로 정하고, 모든 언론인들이 언론의 사명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미디어 전문직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미디어 사색주간 제안에 이어 기념토론회에서는 “미디어 전문직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를 주제로 토론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 이순모 한국방송비평학회 회장 등의 축사에 이어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의 사회로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키노트 “미디어 전문직화는 환상인가?”를 발표했고,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발제문 “전문직주의의 생산-언론위기의 답을 찾아서”를 발표했다. 이어 배진아 공주대 교수, 박동환 강원대 교수, 김개형 KBS 기자 그리고 미디어연대를 대표하여 필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미디어 전문직의 충족요건을 갖추어 미디어인들이 전문직을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멀고도 험난한 길이지만 미디어인들은 전문직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이번 미디어 사색주간 제안과 토론에서 참여자들은 미디어 전문직을 향한 실천적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었고, 위기의 미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언론직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전문직이어야 한다

미디어 사색주간을 제안한 최창섭 교수는 키노트에서 “언론인은 언론의 자유 수호와 행사권을 위임받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공익성 봉사 의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언론직은 단순한 직업(occupation)이 아닌 전문직(profession)이어야 하며, 새 시대를 향한 언론인의 전문직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교수는 전문직의 충족요건으로 ① 전문교육(Professional Training), ② 히포크라테스 선서(Oath)에 준하는 언론인 선서, ③ 사익(Self-Interest)이 아닌 공익(Public Interest) 중심, ④ 의사, 판사, 교수와 같은 주인정신(Self-Employed) 결정권, ⑤ 윤리ㆍ행동강령 위배시 자율규제(Self-Regulative)로 이탈 행위자를 스스로 퇴출시키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언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윤석민 교수는 “우리 언론은 더 이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며,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약화되고 폐기되는 수순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 그렇지만 “규범성을 갖춘 양질의 언론은 소중한 사회적 가치재로 우리 모두가 그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보고,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이 사회의 유일한 희망이어서 미디어 전문직주의 중요성이 훨씬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규범성 강화는 기술발전과 무관하게 양질의 언론을 지켜내는 토대다. 그런데 제대로 된 기사 한 줄을 쓰기 위해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규범성 강화는 언론만의 과제로 넘겨서는 안되고, 우리 사회가 그 언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인들이 자기 성찰 통해 올곧은 미디어 역할의 해법 찾길

미디어의 미래는 미디어인들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디어계 전체가 미디어 사색기간에 범미디어계가 가야 할 길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 생생한 진리는 사색에서 나온다고 했다. 미디어 사색은 미디어의 존재 이유와 미디어인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사색(Philosophizing on the Media)의 대장정이다. 개개인에서부터 전체 미디어계로 확산하는 사색을 통해 미디어 전문인(professionalist)이 가야할 길에 대한 자기 성찰은 위기를 돌파하는 창조적 역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사색주간은 미디어연대가 제안하여 주최하는 행사로 많은 단체들이 뜻을 같이 하여 확대되었다. 미디어연대는 매년 ‘미디어 사색주간’을 개최하여 더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미디어인들과 단체들이 참여해 주길 적극 권한다. 그래서 많은 미디어인들이 자기 성찰을 통해 우리 미디어의 질적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황우섭 객원 칼럼리스트 (미디어연대 상임대표, 전 KBS 이사, mirifi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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