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가 약 10년 만에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오름세를 보였던 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더욱 가팔라졌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이달 상승 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간 3%대를 유지하고서 지난달에 4%를 넘어섰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가 견인했다.

석유류(1.32%포인트)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가 2.38%포인트, 외식(0.83%포인트)을 포함한 개인 서비스의 물가 기여도가 1.36%포인트로 나타났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전체 물가 상승률 4.1% 중 3.74%포인트를 차지한 것이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2월 0.79%포인트에서 3월 1.32%포인트로 0.53%포인트 확대됐다.

석유류(31.2%)는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전월(19.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해 11월(35.5%)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작년 11월 이전에 석유류 상승률이 30%대를 웃돈 것은 2008년 7월(35.5%)이 마지막이다.

빵(9.0%) 등 가공식품도 6.4% 올랐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을 아우르는 공업제품은 6.9%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0.4% 올라 올해 1월(6.3%)과 2월(1.6%)보다 오름세가 둔화했다.

수입소고기(27.7%), 돼지고기(9.4%) 등이 올랐으나 파(-62.0%), 양파(-50.0%) 등은 내렸다.

서비스 물가 상승은 외식이 견인했다.

외식은 생선회(10.0%) 등이 상승하면서 6.6% 올랐다. 이는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소비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재료비 인상분이 누적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동주택 관리비(4.0%) 등 외식 외 개인 서비스는 2.9%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0.6% 올랐다. 외래진료비(2.3%) 등이 오른 영향이다.

집세는 2.0% 상승했다. 전세와 월세가 각각 2.8%, 1.1%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9% 올라 전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3% 올랐다. 2011년 12월(3.6%) 이후 최대 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월과 마찬가지로 2.9% 올랐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5.0% 올랐다.

어 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없었어도 불안요인이 있던 상황에 대외적 물가상승요인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공업제품 가격, 개인서비스 중 외식 추이를 볼 때 당분간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분기 갈수록 오름세가 확대돼, 남은 기간 내내 계속 오르지 않는다면 하반기엔 역 기저효과가 작용하며 상승폭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와 관련해선 "분명히 오름세 확대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워낙 국제유가 상승세가 빠르면 크게 영향이 없을 수 있다"며 "전체 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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