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으로 발탁된 김은혜 의원의 경기지사 선거 차출론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국민의힘 내애서는 “과연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강했다.

김은혜 의원 차출론이 회의적이었던 것은 그가 현직 의원이라는 점에서 보궐선거에 대한 부담,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항마를 냄으로써 생길 수 있는 당내 분란이 일차적 이유였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입 역할을 해온 김은혜 의원을 경기도지사로 밀고 지방선거에 극한 대결을 벌일 경우 그 여파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맞닥뜨릴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생길 대립도 지적됐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 유승민 전 의원을 밀어 붙이는 분위기 속에서 윤 당선인 측에서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다만 김 의원 본인은 주변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하고 싶은 의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기도 국회의원 출신인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함진규 전 의원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고, 강용석 변호사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와 박근혜 전 대통령간의 관계를 내세워 “유승민 전 의원의 정치생명을 끊겠다”며 가세하고 나선 것이 지난주까지 상황이었다.

결국 김은혜 의원은 5일 당선인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주목되는 것이 충청남도 도지사선거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4일 충남 보령 서천 출신 3선 김태흠 의원을 만나 충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했고, 본인도 이를 수락했다. 김태흠 의원은 충남 연고를 앞세워 일찌감치 ‘윤석열 대세론’을 띄웠던 인물이다.

당초 김태흠 의원은 충남지사 선거보다는 원내대표 출마를 선호했고, 현재 국민의힘 충남도당 위원장으로 있는 이명수 의원의 출마가 유력시 됐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과 장제원 비서실장 등 윤핵관 핵심부에서 원내대표는 권성동 의원을 밀고 김태흠 의원은 충남지사 선거로 보내는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경기도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5.3%P 차이로 졌고, 충남에서는 6.2%P 승리한 바 있다. 경기도의 패배는 지난 대선을 0.7%, 24만표 차이라는 미세한 승부로 만들었고, 충남을 비롯한 충청권 승리는 그나마 대선승리의 발판이 됐다.

결국 윤석열 당선인과 핵심 측근, ‘윤핵관’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적극 관여하고 나선 것은 새 정부 집권초기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0.7% 차이의 승부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에 대한 청와대와 민주당의 비토, 이재명 지지자들의 반발 등으로 차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역대 최저인, 50%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의 지방선거 승리로 대통령 지지율을 확장하고, 충청권의 지지세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대 대선 1년 뒤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수도권은 물론, 김경수 의원 등 문 대통령 측근들을 총동원, 부산시장 경남지사 선거에 총력을 기울였던 양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측근들을 내세워 오늘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집권초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게되고 그 기세를 2024년 총선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과 더불어 국민의 절반이 여전히 새 대통령과 정부의 승복하지 않는 상황이 2024년 총선까지 이어지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당초 예상과 달리 비정치권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이처럼 지방선거 공천 등 당 내부 정치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슬아슬한 대선 승부, 취임과 더불어 맞닥뜨릴 여소야대 상황 때문에 정치와 선거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고, 국민통합을 내세으며 탈정파적 국정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과 정반대다.

영남 출신 국민의힘 한 국회의원은 이에대해 “검찰총장 시절 혼자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맞섰던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