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천지방법원에서 흉기 휘두른 윗집 주민 40대 남성에 대한 공판 열려
재판부, "경찰관들이 현장 벗어나 있는 동안 범행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인천 여경 도주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경찰이 고의로 사건 현장을 이탈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4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재판장 호성호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의 피고인 40대 남성 A씨(살인미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증거조사에서는 사건 현장인 인천광역시 남동구 소재 모 빌라의 내·외부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15일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비명 소리가 난 후 밖에 있던 남성 경찰관과 남성 피해자(아래층 주민)가 함께 빌라 안으로 들어갔고 여성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서 이탈해 계단을 따라 내려오다가 남성 경찰관 및 남성 피해자와 마주쳤는데, 여성 경찰관이 남성 경찰관에게 여성 피해자가 흉기에 목이 찔렸다는 몸동작을 재연(再演), 남성 피해자는 그대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고 여성 경찰관과 남성 경찰관은 그대로 계단을 따라 내려와 빌라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 경찰관과 남성 경찰관은 약 3분 40초간 빌라 밖에 서 있다가 시민의 도움을 받아 빌라 안으로 들어가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여성 피해자의 딸과 남성 피해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가해자 A씨를 제압한 상태였다.

증거 영상을 확인한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현장을 벗어나 있는 동안 범행이 벌어진 것으로 그 내용을 정리했다.

영상에서 확인된 당시 상황은 최초 경찰이 해명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사건 직후 여성 경찰관이 밖에서 대기하던 남성 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빌라 밖으로 나갔다가 남성 경찰관과 함께 빌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공동현관문이 닫혀 현장 도착이 늦어졌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피해자 가족 측은 비명 소리가 난 직후 남성 경찰관에게 “빨리 가자”는 취지로 말했으나 남성 경찰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번 공판에서 공개된 영상 속 상황은 경찰 측 해명보다도 오히려 피해자 가족 측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무전을 통해 지원을 요청할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무전기 특성상 교신이 잘 안 돼 직접 내려가 지원 요청을 하는 편이 빨랐다’는 취지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 측 주장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인 인천 논현경찰서 관계자들이 피해자 가족에게 ‘여자 경찰관이 빌라 밖으로 나가 지원 요청이 빨랐기 때문에 그나마 여성 피해자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라는 취지의 폭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가해자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A씨가 휘두른 칼에 목이 찔린 여성 피해자는 아직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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