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황근 객원 칼럼니스트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정 전반에 대한 새로운 틀 만들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권위주의 탈피를 상징하는 대통령 청사 이전에서부터 통일·외교 정책, 부동산 제도 개선 방안들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은 현 정권 내내 끊임없이 터져 나왔던 권력형 비리와 불법 의혹들을 결사적으로 감싸고 비호했던 권력 기관들에 대한 대대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물들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서부터 라임, 옵티머스 같은 권력형 경제사범, 울산시장 불법 선거 개입,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같은 사건들은 수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친정권 언론들을 동원해 의혹 자체가 잘못됐다고 옹호하는 편파·왜곡 보도들을 쏟아냈다. 이와 반대로 선거 때는 야당 후보들을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의혹 확산의 선봉에 앞장 섰다.

새 정부는 법무부나 검찰, 경찰 같은 권력기관 개혁과 함께 크게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정상화시켜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시키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 30년 넘게 굴곡이 없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신장되어 온 언론 민주화를 후진 아니 역주행시킨 정권으로 남을 것이다. 어설픈 공영방송 제도나 국가권력이 맘만 먹으면 직·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들을 이용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위원회 조직이나 구성을 보면 언론개혁 방향성은 둘째치고 의지조차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당선자 주변의 몇몇 언론 관련 인물들에게서 나오는 간헐적 주장들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독임제 미디어 부처와 공영방송위원회 설치, MBC, YTN, KBS 2채널 민영화, KBS 수신료 전기요금 병과 분리 등이다. 또 일부 전·현직 언론계 인사들은 정권에 부역해온 노조 출신 사장이나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왜곡된 언론구조를 정상화하는데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있는 미디어 정책을 통합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 정치적으로 안배 구성된 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책수행에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방송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때문에 ICT정책이 뒷전에 밀려난 것은 분명 문제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방송 민주화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위원회 체제를 독임제로 환원하는 것은 야당의 반대는 둘째치고 국민들에게 언론장악이라는 부정적 인상만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

다음으로 민영화 관련 주장들이다. MBC와 KBS 2채널 민영화론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지분 제한 같은 법·제도 문제와 소유구조 변동에 따른 정치적 갈등도 야기될 수 있다. 또 지분 양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난관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경영실태나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민영화가 용이할지도 의문이다. 그보다 가짜뉴스가 판치고 상업화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공영방송 역할에 대한 약간의 고민이라도 거쳐 나온 주장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한편 YTN 같은 뉴스채널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공기업이 대주주로 되어 있는 YTN 소유구조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에게 넘기는가 하는 과정에서 자칫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 있고 반대로 온라인 뉴스매체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에서 고비용사업인 뉴스채널을 인수할 사업자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솔직히 민영화 이후에 더 좋은 뉴스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필자는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나 민영화 주장이 현행 법·제도나 여소야대 상태에서 이들 방송 매체들에 대한 경영권을 당장 장악할 수 없다는 조급증이나 정치적 판단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도리어 이 주장들은 해당 매체들을 장악하고 있는 현 여당이나 경영진·노조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갈등만 부각될 수 있다. 또한 국민들에게 이 정권 역시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불신감만 야기할 수도 있다. 독임제 부처 전환, 민영화, 수신료 분리 징수 같은 정책들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과 대안들을 추진 당위성만큼 고민해보았는지 의문이다.

좌파 정권과 달리 보수 정권은 정책목표의 합리성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처럼 제도와 절차를 무시하고 목적에 경도된 파행 정권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특히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와 여론을 대변하는 이데올로기 기구다. 이 때문에 내용적 합리성보다 국민들에게 비추어진 절차적 합리성이 절대 요구된다. 분명 윤석열 정부는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언론 패러다임을 재구축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황 근(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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