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수사와 함께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는 한국의 윤석열 차기 정부에 대북 강경 기조 바꾸도록 압박하는 차원”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한국에 대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위협한 것은 한국의 차기 정부를 압박하면서 추가 핵실험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한국과 미국의 억지력을 강조하면서도 불필요한 과잉 대응은 경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처음이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역내 사용 목적의 핵 역량을 보유하려 할 것이라고 미국은 관측해왔다”며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이는 특정 상황에서 북한이 핵 역량을 ‘시범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이나 북한의 불안정한 시기에 영토를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항상 ‘핵 선제타격 옵션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간주됐지만 대외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직접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언급한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고스 국장은 김여정의 이번 담화를 “남한의 새로운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북한의 선제적인 수사적 공격의 일종”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보수 정보를 상대하는 데 매우 익숙하며 공격성과 수사를 고조하는 것이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강력한 수사와 함께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는 한국의 윤석열 차기 정부에 대해 대북 강경 기조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모든 국가들에게 북한이 핵보유국임은 아주 공격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의 ‘핵’ 발언은 남북관계 맥락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을 상대로 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한국을 포함해 모든 이들에게 핵을 가진 우리를 상대할 때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김여정의 최근 성명은 한국 측에 “이것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현실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이제 우리는 북한이 실제로 한국에 대해 사용할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김여정의 최근 담화는 한국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은 언급한 매우 거친 표현을 담았지만 ‘한국이 먼저 무엇인가를 할 경우’라는 중요한 단서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김여정은 최근 담화에서 한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을 거론하면서도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 시험도 재개하기 위해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VOA에 “북한은 핵실험 재개를 위한 편리한 구실을 찾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발언이나 행동 중 어느 것이든 자신들의 핵실험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와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 등을 언급하며 “북한은 핵무기가 작동할 뿐 아니라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2022년에 긴장을 고조하기 원한다”고 했다.

특히 “재래식 무기에서 한국을 꺾을 수 없는 북한은 서울과의 군사적 충돌 시 핵무기 특히 소형 전술무기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김정은은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정황을 보여줘왔다고 지적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의 위협적인 수사가 군사적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며 “만일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면 북한은 더 이장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은 깡패 핵보유국”이라며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역량을 가졌지만 미국과 한국은 더 강한 억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군사 준비태세는 힘을 유지하고 전략적 확신과 결의를 증명하며 대응하는 방법”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어떤 행동에도 한국을 방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의 이러한 위협은 방어준비 태세에 어떠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의 지도부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 개발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와 차기 한국 정부는 연합훈련 재개는 물론 억지력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핵무장된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다.

한편 고스 국장은 “북한은 한국 측이 과잉 대응을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이 이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도 한미 간 긴장이 조성될 수 있으며, 북한은 이를 한미 간 균열을 조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VOA는 전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서욱 국방장관의 ‘미사일 발사 징후 시 원점 타격’ 발언을 비난하는 담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앞서 서 장관은 지난 1일 미사일전략사 개편식 훈시에서 “(군은)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지난 3일 담화에서 서욱 장관에 대해 ‘미친놈’ ‘쓰레기’라고 막말을 하며 “동족끼리 불질을 하지 못해 몸살을 앓는 대결광”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은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다.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여정은 5일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틀 만에 또다시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여정은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며 “다시 말해 남조선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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