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앞에서 反文 1인 시위 벌인 정 모 씨,
"마스크 쓰지 않았으니 불안감 조성했다"...경찰, 법에 없는 논리 들이대 즉결심판으로 넘겨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 8일 피고인 정 씨에게 '무죄' 선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는 ‘1인 시위’ 시위자에게 경찰이 즉결처분을 통해 벌금을 내도록 한 사건에서 해당 사건의 피고인에게 법원이 무죄 선고를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재판장 박노수)는 8일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 정 모 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노2120).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박순종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박순종 기자)

이 사건 즉결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4월24일 서울 구로구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2번 출구 앞 노상(路上)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삽입된 현수막을 설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음식물을 섭취, 유동 인구가 많은 출근 시간대 많은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경범죄 처벌법’ 제3항(경범죄의 종류) 19호는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文身)을 드러내며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을 내릴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씨 측은 “코로나19는 감기 바이러스에 불과하므로 굳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했을 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겁을 주거나 문신 등을 드러낸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행위가 ‘경범죄 처벌법’ 제3항 19호가 정하는 범죄의 요건을 구성하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변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즉, ‘경범죄 처벌법’의 해당 조항이 폭력배들의 행동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취지에 비춰볼 때 정 씨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사시49회·연수원40기)는 지난해 5월10일 정 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2677). 정 씨는 이에 불복하고 지난해 8월18일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는 이날 원심의 판결을 깨고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 씨는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찰관들이 없는 죄를 만들어 시민을 괴롭히는데, 나와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즉결처분심판 청구서상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실제 사실관계와 매우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출신의 임무영 변호사(사시27회·연수원17기)가 정 씨를 공익 변론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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