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교수 “2년 전까지 보존됐던 역사적인 건물이 김정은의 경루동 주택 건설로 영원히 사라져 매우 안타까워...”

사진=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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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심혈을 기울여 최근에 완공한 평양 경루동 고급 주택구 위치가 옛 선교사 자녀들이 공부했던 평양외국인학교(PYFS)가 있던 곳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정은이 이날 평양 보통강변에 조성한 고급 주택구역인 경루동 완공 현장을 찾았다며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 전날 입주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과거 한국에서 외조부와 부모님이 기독교 선교사로 활동했던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매체들의 미국 선교사들에 대한 왜곡 보도를 보면 “무척 황당하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은 미국 선교사들이 과거 북한에서 야수적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옛 선교사 자녀들의 요람이었던 평양외국인학교 부지에 김정은이 심혈을 기울인 고급 주택 단지가 완공됐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5일 ‘선교사의 탈을 쓴 승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선교사들이 처녀 환자를 상대로 ‘인체 해부 실험’을 하고 사냥개를 풀어 딸기밭에 들어간 아이를 죽게 만드는 등 승냥이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정권의 이런 주장이 대부분 거짓말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오히려 미국 선교사들은 종교적 측면뿐만 아니라 의료와 경제, 교육, 여성의 지위 향상, 문맹 퇴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북한을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진벨 재단’과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등 미국의 많은 옛 선교사와 후손들이 북한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고, 평양과학기술대학에도 선교사 출신들이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정권에 반발하면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당국의 주장은 내부 결속과 통제 강화를 위해 미국을 적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체제 유지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평양신학교 출신으로 6.25 시절 1.4후퇴 때 북한을 탈출한 박희천(95세) 내수동교회 원로목사는 VOA에 직접 체험한 미국 선교사들의 기여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박 목사는 “선교사들이 한국에 얼마나 공헌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며 “일제 강점기에는 선교사들이 남한보다 평양에 많이 왔고 그분들이 평양신학교를 세우고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문화 방면으로 많이 깨우쳐 줬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해방 후 북한에 5년 이상 거주했는데 당시에도 ‘노동신문’이 존재했고, 기독교에 매우 부정적이었다며 선교사들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 청진 출신으로 18년 전 한국에 입국한 허남일 그날교회 목사는 “북한정권의 미국 선교사에 대한 비판은 북한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이라며 “북한에서는 이를 그대로 믿었지만 한국에 와서야 북한의 교육이 거짓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허 목사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이후 20여 년간 기독교 선교 단체들의 다양한 대북 선교 활동으로 인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노동신문의 보도는 이러한 두려움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도어스 USA는 이달 초 북한에서 비밀 예배에 참여했던 지하교인 수십 명이 최근 체포돼 처형됐고 그들의 가족은 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VOA는 “평양은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고 김일성 주석의 모친 강반석 등 외가가 모두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해방 후 김일성이 기독교 말살 정책을 펴면서 현재는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중 하나로 지탄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정권의 기독교 흔적 지우기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며 평양외국인학교를 언급했다.

지난 1900년 평양 보통강변 언덕 위에 설립된 평양외국인학교는 1940년 일본 정부의 탄압으로 폐교될 때까지 동아시아에 파송된 많은 서방 선교사들과 상인들의 자녀가 유학했던 기숙 학교였다.

세계적인 기독교 부흥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부인인 고(故) 루스 그레이엄 여사를 비롯해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 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졸업생 중 다수는 한국에 남아 이화여대 등 수많은 대학과 병원을 설립하며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

브라운 교수는 “호남신학대학 설립자인 아버지 조지 톰슨 브라운 선교사와 어머니 메리 하퍼 브라운 선교사 모두 평양외국인학교 졸업생”이라며 “2년 전까지 보존됐던 이 역사적인 건물 일부와 부지가 김정은의 경루동 주택 건설로 영원히 사라져 매우 안타깝다”고 VOA에 말했다.

그는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이 학교와 부지는 해방 후 소련이 사용하다 김일성 주석이 주석궁 건설 전인 1970년대까지 사용했으며, 이후 그의 딸 김경희가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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