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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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3월 10일 새벽 당선인으로 확정되었다. 당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만나 한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백악관은 당일 보도자료에서 “통화에서 두 사람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의 힘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11일 윤석열 당선인에 보낸 축전에서, “올해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 협력을 심화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사용한 ‘초심’이란 표현은 대선 기간 동안 ‘사드추가 배치’를 공약한 윤 당선인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대통령의 당선과 관련 미국과 중국이 보여준 즉각적인 움직임은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략적 경쟁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이다. 전후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1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2개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처해 왔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한국이 미국과의 거리를 멀리하고 중국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하락하고 있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으며, 둘째, 우리가 부상한 중국에 접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중국을 자극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맞지도 않고 위험하며 우리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려해야 할 3개의 핵심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대답 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향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미국이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첫째, 미국이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인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미국은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군사력에 있어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둘째, 미국이 향후 우리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제어할 수 있으며, 이 역할은 중국이 대체할 수 없다. 우리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한국을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에서 떼어내 중국의 종주권을 수용하는 ‘신형속국’으로 만들려 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존중하는 주권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이념을 같이하는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즉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의 신형 속국 시도를 막는 수밖에 없다. 셋째, 미국은 향후 한국을 필요로 할 것인가? 미국은 미중 신냉전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한국은 미국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한국을 도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중국을 적대국으로 두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중요한 이웃 강대국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협력을 해야 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어설픈 중립은 한국을 구할 수 없다. 한국은 어느 한쪽과 우선순위를 두고 동맹 내지 협력을 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그 대상은 미국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쿼드 참여문제 및 사드 배치문제 등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계기로 하여 이제 우리는 대중국 외교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성찰할 때가 되었다. 최근 한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중관계는 주로 “미중 신냉전에서 우리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하나?”로 귀결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중 양자 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가 미중관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현재 한중 간의 양자관계에서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가를 성찰하자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수교 이래 30년 동안 서로에 대한 인식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국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동북공정사업, 사드관련 중국의 경제보복조치 및 ‘3불(不)’ 강요, 우리 대통령의 ‘한중 운명공동체’ 발언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중국에 대한 선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압적으로 대하고 있고 한국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이 중국 간에는 국력의 비대칭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중국이 과도하게 한국을 경시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한국인들은 한국이 앞으로는 중국의 중화사상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은 다음의 이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을 감안하여, 중국에 무조건 잘해주어 중국의 선의를 확보해야 해야 한다. 둘째, 한국에게 있어 중국과의 경제관계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에 반하는 외교정책을 선택하여 중국의 경제보복을 당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

셋째, 우리가 중국에 독립적인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불필요한 피해만 받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철저히 순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넷째, 미국은 미중 신냉전에서 한국의 반중국을 부추기려 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다섯째, 미국은 조만간 중국에게 국력이 추월당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동아시아, 한국에 대한 개입이 현저히 줄어들을 것이다. 이렇게 지고 있는 미국에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과거 한반도국가들은 강대국에 줄을 잘못 서서(병자호란 등) 큰 피해를 당했다. 여섯째,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가치로서, 이러한 가치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중국이 전체주의국가라도 한국은 경제 등 실질적인 이익을 챙기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숙명적인 생각이 과연 현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올바른 결론을 우리가 내야 한다. 한중수교 30년간 우리가 발견한 것은, 양국이 평등한 입장에서 상호호혜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의를 가지고 대하면 중국으로부터 상응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점점 더 패권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이 한국에게 강압적으로 대하며 한국은 이에 순응하는 건강하지 않은 양국관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독립과 자존을 지키고 중국의 홀대가 아닌 존경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생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천하질서의 틀에서 나올 수 있으며 나와야 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동아시아질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아시아에서 중국만이 유일한 강대국이었으나, 초강대국인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부상한 중국을 계속 견제할 것이다. 동아시아에는 미국 외에 일본, 인도, 베트남, 호주도 있다. 그리고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세계가 좁아졌다. 과거에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압도적 세력이었기 때문에 한반도국가는 조공제도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에게 많은 선택이 열려 있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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